글맛을 아는 미식가만이 좋은 라이터(Writer)가 될 수 있다.
독서를 편식하는 사람이 있는데, 얄팍한 내용이나 편향된 글을 읽는 사람이 작가가 되면 영양가 없이 칼로리만 높은 인스턴트 글을 쓰게 된다.
집밥 같은 글을 찾아라
산문의 가벼움을 찾아 짧은 글에 편승하지 말기를 권한다. 단거리의 스피드에 맛 들이면 장거리의 호흡 조절을 배울 수 없다. 유산소와 근육 운동을 병행하듯 산문과 장문의 차원을 넘나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유려하면서 부러지지 않는 산문의 간결함은 오랜 시간 다듬고 사유한 노동 후에 나온다. 우리가 숭덩숭덩 단숨에 읽은 글에는 독자를 향한 작가의 오랜 배려가 담겨 있다. 만약 라이터를 꿈꾸는 자가 이 정도의 사유를 할 수 없다면 대가의 것을 참고해서 흉내 내는 훈련을 해도 좋다.
멋진 산문은 긴 호흡의 일상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깨달음과 공감을 준다. 요즘처럼 ‘나’로 시작해 올곧이 ‘나’로 끝나는 감성팔이 글이나 자극적인 단어로 만든 조악한 위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광고 문구 같은 산문이 인기이지만 정말 좋은 문장은 단순하면서 오래 묵혀 맛을 낸 대가의 손맛과 같다. 인스턴트 에세이 대신 지지고 볶으며 끓인 집밥 같은 글을 찾는 일이 작가가 독자로써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다.
소리를 내라
속독, 묵독, 정독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낭독을 권한다. 낭독은 독자에게 작가가 된 듯한 착각을 주는 이점이 있다. 눈이 없는 뇌는 제 입으로 말하고 들은 문장을 자신이 쓴 줄로 착각한다. 그만큼 깊이 각인된다. 대본을 리딩하는 배우처럼 낭독을 하다 보면 자신의 신념과 감정이 어느 부분에서 반응하는 걸 느낀다. 진짜 글은 어떤 독자든 각자의 호흡으로 읽게 하면서 문장과 단어를 연결해 독자가 길을 잃지 않게 한다.
모방과 흉내는 필수
쓰기를 위한 독서의 꿀팁은 단연 발췌와 필사다. 필사가 생소하면 처음엔 발췌로 시작해도 좋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자칫 타자 치는 기능에 머물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손으로 쓰되 발췌한 문장을 반드시 읽으면서 써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발췌한 문장 옆에 자신의 스타일대로 고쳐 쓰기를 해보자. 수필의 은유와 논설의 논리를 익히고, 소설의 묘사와 시의 함축을 연습할 수 있다.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독서'는 작가의 문장을 먹고 소화시키는 작업이다. 고쳐 쓴 문장을 자신의 목소리로 공명을 내면 대가의 명문과 자신의 졸작 사이의 간극이 느껴진다. 작법이나 문장론 같은 정석을 배우기 귀찮아하는 나 같은 날라리에겐 독서를 겸한 글공부인 셈이다. 고쳐쓰기, 바꿔 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찾을 수 있다. 세상의 아마추어 예술가는 모방과 흉내에서 시작한다.
무기 수집가
부끄러운 글을 공개하기로 한 초보 작가에겐 무기가 없다. 빈약한 어휘, 중언부언하는 문체, 조잡한 스토리는 결국 일기나 잡문으로 추락한다. 라이터에게 필요한 장비 빨은 '어휘의 수집'과 '예민한 관찰'이다.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단어 수집가이며 문장 발굴가이다. 작가는 모름지기 전지적 작가 시점의 독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단어와 문장을 끊임없이 골라내는 작업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글 금고에 재료를 쌓을 수 있으니,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섣불리 전쟁터에서 낙오되지 말고 충분히 군사 태세를 갖출 훈련 기간이 필요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