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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Jan 11. 2023

사람의 품격은 어디에서 오는가?

교장이 가족을 대하는 자세

저 분은 사람 됨됨이가 참 착하구나!

이 분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구나!
  

선생님은 사람이 지닌 성품(인격)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세요?

사람마다 상대방을 평가하는 기준이나 잣대는 다르고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의 말투나 특정한 행동 아니면 평판 등으로 사람을 판단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불쾌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린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평가하기도 누군가에게 평가받기도 합니다.


저는 어떤 사람의 됨됨이, 즉 인품이 훌륭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이 속한 조직이나 집단에서 가장 궂은 일이나 힘든 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대체로 학교나 회사, 기관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분들은 주로 청소업체에서 파견된 (비정규직) 직원분들일텐데 대부분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로 건물과 화장실을 청소합니다. 학교도 몇 년 전까지 화장실 청소를 학생들이 했었는데 지금은 청소업체 직원분들이 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청소하는 춘대 아저씨


가장 힘들고 궂은 일을 하는 분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로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는데, 크게 세 부류가 있습니다.

 

먼저, 우리 집단(조직)에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대우하는 사람은 '자기가 매우 잘 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이외의 타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고마움을 모릅니다. 마치 우리를 돌봐주는 누군가가 있는 덕분에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너무 당연시하다 보니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심지어는 본인이 너무 잘났기 때문에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로 '나는 고용주 또는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하청업자 직원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상대방을 하대하면서 인격을 무시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분들은 나와 동등한 인격을 지닌 사회의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궂은 일을 하지만, 어찌 보면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든 일을 해주는 이분들이 계신 덕분에 우리 조직과 사회가 안정되게 운영된다고 여깁니다.


(쑥스럽지만) 저는 이분들을 볼 때마다 깍듯이 '고맙습니다',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라고 인사합니다. 항상 '여사님' 또는 '어르신'이라고 부르면서, 작은 간식이나 조그마한 선물 등이 생기면 잊지 않고 챙겨드립니다.




처음부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이모부님이 제가 신규 교사일 때 말씀해주신 겁니다. 30년을 넘게 개인택시 운전을 하면서 엄청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러면서 인간의 품격은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았답니다. 깍듯하게 존댓말을 하면서 대우해주는 손님, 반말로 하대하는 손님, 투명인간 취급하는 손님. 대부분 사람들은 택시 안에서 조용히 있지만 오랜 세월 이 일을 하면서 '딱 보면' 어떤 성품을 지닌 사람인지 안다고 합니다.   


"00아 너는 나중에 학교에서 어떤 지위에 있든,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함부로 대우하지 말고 인간적으로 잘해주어야 한단다."

"그래야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너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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