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장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손님이 찾아왔다.
때깔 고운 한복을 입고 주름진 손에는 상자를 예쁘게 포장한 빨간 보자기를 들고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어머니는 직원들 앞에서 당신이 직접 포장한 빨간 보자기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풀었다. 어머니의 마른입에서 연신 "우리 사위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위 잘 부탁드립니다"는 말과 함께.
사르르 보자기가 풀리고 드디어 상자가 열리는 순간 모두는 "우와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흘로 나왔다. 그 안에는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각양각색의 떡들이 있었다. 감탄사가 나온 건 이 떡 때문이 아니었다. 작은 상자의 뚜껑에 써져 있는 사위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가득 담긴 메시지 때문이었다.
우리 교장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맛있게 드세요 ♥
진짜로 어머니가 찾아오신 건 아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분명 정성 가득 담긴 떡과 메시지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 전까지 함께 근무한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호두과자가 왔다.
학교장이 됐으니
예전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보다 근엄한
보다 단호한
보다 무뚝뚝한
더욱 카리스마 넘치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나만의 다짐이 호두과자 상자 위에 써진 이 메시지 하나로 헛수고가 되었다.
000고 선생님들은 좋겠다!
젊고 잘 생긴 이철수 교장선생님과 함께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