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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르쥬 Apr 19. 2024

지옥 가겠다는 세월호 엄마의 편지를 다시 읽다

별고나 2024년 4월 19일 금요일


유독 이해되기 힘든 사고들이 즐비했던 대한민국... 21세기에 펼쳐진 가장 비극적인 참사라고 하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아닐까 싶다. 굳이 참사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세월호라는 이름만 붙이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추모할 정도로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무사 귀환을 의미하던 노란색 리본은 10주기에도 멈춰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비통한 추모를 보게 되면 그때 그 순간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자식을 하늘로 먼저 보낸 유가족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차마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인 만큼 섣불리 얘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997년생 학생들이 지금 살아 있다면 20대 중반 정도인데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라고 할 수 있다. 필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잔인한 일인 만큼 우연에 우연이 겹쳐 이와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라는 죄책감이 너무나도 크게 들 수밖에 없다. 당시에는 사소한 선택이었지만 그로 인해 삶과 죽음이 바뀌게 되었으니 현재가 아닌 과거의 시간 속에 머물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아이들이 오롯이 살아가야 할 미래까지 빼앗기게 되었으니 원통함을 넘어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발 꿈에 한 번 찾아와 다오"라고 얘기한 것도 그리움보다 미안함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경시도 안산 세월호 함동분향소에 놓인 희생자 유족의 편지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열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처음 읽었을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가 지옥 가겠다는 말을 하는 건 과한 표현인 듯싶었다. 하늘로 간 딸이 본인이 천국 가는 조건으로 엄마가 지옥 간 걸 알았다면 너무 슬퍼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달 전에 고양이 뀨를 6살의 나이로 허망하게 보낸 후에야 지옥 가겠다는 세월호 엄마의 편지의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딸을 잃은 엄마에게 있어서 지옥이나 천국은 의미 부여를 할 필요성이 없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 공간으로 인식되었을 것 같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 내면의 욕망과 갈망이 투영되어 있는 천상계일 뿐인 것이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딸과 함께 하는 순간이야 말로 가장 큰 행복이라는 걸 세월호 참사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와 같은 모진 말로 자책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렇게 하면 꿈에서라도 딸이 나와 만류하거나 모진 말을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더해졌을지도 모른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죄책감과 상실감이라는 슬픔에서 벗어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 커 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던 고양이 뀨와의 추억을 잊을 수 없는 만큼 매주 연재를 이어가면서 명복을 밀어주는 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속죄가 아닐까 싶다. 



세월호 엄마의 편지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 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벌어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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