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은퇴를 피할 수 없다. 현명하게 준비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오늘날 대한민국의 중장년들은 실질 퇴직연령이 49세임을 실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실제로 1년 더 빠른 48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조기 퇴직을 경험했다.정년이 보장된 교사나 공무원,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고 다수의 중장년이 직면한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족 부양과 주택마련을 하느라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모아둔 돈이 많지 않다면 퇴직 후 소득절벽으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 노후대책을 완벽하게 준비한 중장년이 얼마나 될 거 같은가? 통계로 보면 열에 여섯 명 50세 이후에도 10년 이상 생계를 위한 일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 하더라도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일이 필요한데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점이다.
월급이 사리질 15년?
49세에 재취업에 성공해서 만 4년을 근무하고, 올해 2월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을 했다. 재취업 일자리임에도 주 5일 정규직으로 사무직 업무에 종사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흔치 않은 50대다. 혹시 월급이 사라질 15년에 대해 들어 봤는가?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는 경제용어로 직장에서 은퇴하고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안정된 소득이 없는 기간을 가리킨다. 소득 공백에 빠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시기를 크레바스에 빠지게 된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장년들은 평균 49세에 주된 일자리에 퇴직을 하게 되므로 연금이 개시되는 65세(69년 이후 출생자)가 되려면 약 15년 이상 월급 없는 소득절벽의 구간을 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는 사회적 이슈
2년 전 이전 직장에 재직할 당시 EBS '일단 해봐요 생방송 오후 1시'라는 프로그램에 70분간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 재취업 첫 번째 직장인 사회적기업에서 신중년 일자리사업 프로젝트 책임 관리자로 일할 때였다.2018년 7월에 시작된 굿잡5060은현대자동차그룹 사회공헌사업인데 5년간 지속된 프로젝트로 '부족한 일자리를 개척해 가는생태계적 접근 방법'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도 함께 협력하는 사업이었다. 5년이란 긴 시간을 후원해 준 현대자동차그룹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다.나는 운전면허가 없어 자동차를 구매할 일이 없다 보니 고마운마음을담아 지금도현대카드를 쓰고 있다.
꽤 심각한 중장년 일자리 문제
중장년 일자리 문제는 앞으로도 10년 이상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 더 우울하다.베이비붐 세대라고 들어는 봤을 거다. 나도 70년생으로 베이비붐 2세대로 특정 연령대의 인구 과잉뿐 아니라 100세 시대라는 고령화까지 맞물려있다. 국민연금 나오기 전까지는 일을 해야 되는데,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 이후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은 55세 이후의 삶이다. 대한민국은 중장년 일자리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55세 이전에 받던 임금이 100만 원이라면 55세 이후 재취업을 하면 얼마를 받을까?
OECD 평균 25세~54세 평균임금이 100만 원이라면, 55세 이후 재취업 시 106만 원을 받는다. 한국의 현실을 살펴보면 25세~54세 평균임금이 100만 원이라면, 55세 이상 재취업을 할 경우 45만 원이다.한국에서는 54세 이전에 300만 원이상을 벌던 사람도 55세 이후 일자리 평균임금이 135만 원이란 얘기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출처:굿잡5060 사회성과측정 보고서|임팩트리서치랩)
제2의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살 것인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쉰 살부터 인생을 한 바퀴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수 있다. 굿잡5060이 프로젝트를 통해 5년 가까운 시간 만나온 1천 명이 넘는 중장년들은 하나같이 보석 같은 사람들이었다. 내 또래의 동료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로서 최선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한 바퀴 더 살아야 하는 인생을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해 함께 학습하고 지지하며 사회적기업과 청년 스타트업에 재취업을 지원, 새로운 시작을 만들었다.
굿잡5060 참여자에서 사업 담당자로 소회
나는 출산이 늦어지면서 육아 문제로 48세가 되던 해 조기 퇴직을 했다. 퇴직 전에는 중소기업에서 신사업관리와 인재채용 업무를 담당했는데.. 사실 재취업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40대 후반에 채용시장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굿잡5060 광고를 보고 참여하게 되었는데,왠지 신청서 작성을 성심성의껏 입력해야 합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교육생을 뽑는데도 경쟁률이 높을 때는 10대 1에 이르기도 했다. 굿잡5060이란 중장년 재취업 교육과정의 매력은 동기들끼리 연대감이다. 2018년 7월 1기로 참여해서 5주간의 교육을 받고 수료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굿잡 1기 동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대학 동기보다 더 자주 소통하고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인생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환갑엔 한껏 사치를 부리고 살고 싶다. 아직 환갑까지는 8년이 남았으니까.. 그런데 그 사치를 누리려면 절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일해야 된다. 쉰 살부터 인생을 다시 사는 것처럼..
윤여정은 스스로를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그럼에도 배우로 계속 살 수 있었던 건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인생의 쓴맛을 보고 난 뒤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 연기했어요. 그게 내 밥줄이었으니까요.”
이제는 달라졌다. “환갑을 넘으면서 다짐했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리라. 그게 나의 최고의 사치리라. 그래서 난 지금 사치를 하고 있는 거예요.”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