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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neim Nov 12. 2019

사람들은 그냥 조직문화라고만 답했다.

아침밥 준다고 조직문화가 좋은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가 뭐길래 회사에서는 조직문화를 강조할까?

조직문화 이야기를 하기 앞서 필자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필자는 현재까지 3번의 이직을 통해 세 가지 케이스의 조직문화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세 가지 케이스라고 한 이유는 3번 모두 개성 있는 조직문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중에 인상적인 조직문화를 한 가지 소개해볼까 한다.


아직도 나에게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문화 충격이자 개인적으로 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당시 조직문화에 대한 경험은 이후 조직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과 관점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당시 나에게 특이하게 다가왔던 조직문화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면

* 필자의 사례를 얘기한 것은 특정 회사나 조직을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 라는 것이 아무래도 조직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고 익숙하지 않은 외부인이나 신입/경력사원이 느끼기 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1. 식사할 때 남녀가 겸상하지 않는다.

우리 팀 경우 나의 입사 첫날, 일 년에 한 번 있는 회식 외에는 남녀가 겸상해본 적이 없다. 다른 팀과 식사할 때에도 시커먼 남자들만 몰려가서 식사를 한다. 처음에는 그저 끼리끼리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는 어느 회사나 다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후에도 우리 팀을 포함한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성별을 나누어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암묵적인 규칙임을 알게 됐다. 그 이유는 6개월 정도 지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과거 남녀 임금격차가 있던 시절 업무의 차별이 있었고 이로 인해 직원들이 서로를 반목하게 되면서 굳어진 거라고 듣게 되었다. 나는 이유를 듣고 나서 놀랐으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동료들의 반응에는 경악했다.


#2. 관리자라서 관리(Management)만 하면 된다.

업무 결재를 받으러 갈 때 부서장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야구를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일하면서 땃진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바쁘지 않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가 하는 딴짓도 공식적인 업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그 공식적인 딴짓 업무를 하고 있었고 부서장 위에 있는 상사도 알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있었다. 주변 동료들은 관리자(Manager)라서 그렇다고 우리도 승진을 해서 관리자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이야기했다. 이후에도 그 부서장뿐만 아니라 다른 관리자가 오후 시간에 코 고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내가 조직문화에 적응을 못하는 건가 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3. 그들은 (허락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반말을 하고 이름을 불렀다.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관리자들은 나를 부를 때 "00야. 000 맞니?" 와 같은 식으로 말했다.

필자가 이름을 불려본 적은 가족들이거나 사회에서 만난 친구, 선배 정도였다. 사원 때도 00 씨.라고 불렸고 대리 때부터는 00 대리님. 00 대리라는 호칭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어떤 허락도 없이 항상 이름을 불렀고 반말을 해댔다. 친근감의 표시이자 조직문화라고 납득을 하려고 했으나 익숙해 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이후에도 어딘가 불편하고 익숙하지는 않았다.)




동료에게 물어보니 이번에도 그냥 조직문화라고만 대답했다.

조직문화는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구별하기 어려워지며 (내부인은 더 어렵다) 심지어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고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조직문화의 이런 특성 때문에 앞선 사례와 같이 어떤 계기나 이유(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로

인해 굳어진 행동 패턴이나 규직, 약속과 같은 것들이 조직문화로 정착하게 된다.

HR 담당자로서 조직문화라는 녀석이 워낙 다루기 어렵고 까다롭다 보니 엄두를 못 낼 때가 있는데 가만히 방치하자니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게 보이는 것도 있다.




조직문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조직문화를 관리(?) 하다 보면 이 녀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럴싸한 기획안을 만들어 캠페인이나 행사를 진행해보기도 하는 식의 나름대로 활동을 해보면 효과가 있는 것들도 있지만 생각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기도 하는 경험을 많이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 조직문화 관리 : 변명하자면 조직관리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적당한 단어가 아무리 고민해도 없었다. (후보들 : Care, Promotion 등등)


어느 정도 정착화된 조직이라면 조직문화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다만 발견을 못하는 것일 뿐.
조직문화라고 해서 거창한 회의방식이나 행사를 뜻하는 건 아니다. 조직문화는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행동이나 신념 같은 것들인데 숨어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호칭, 일하는 방식과 같은 것들도 그 조직의 고유한 특징이라면 조직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비추어 보면 이런 구별되는 특징들을 찾아보고 조직문화로 발전한 이유나 계기 등을 탐색하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 어렵다면 경력직 입사자들이나 신입사원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답이 나올 수도 있다.)

조직문화를 이루는 요소들을 발견했다면 이후에는 조금 더 쉬울 수 있다. 해당 조직문화에 대한 영향력과 직원들의 생각, 조직 관점에서의 방향이나 전략 등을 종합해서 발전시키거나 보완하는 식의 수단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제는 그 회사는 어때? 라고 물어보면 조직문화에 대해 얘기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회사의 조건은 회사의 규모, 브랜드, 연봉 수준, 복지 등 눈에 보이는 조건 등이 중요했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지는 않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최근에 급등했다.


직장인 66% '1년 내 이직 시도'…이유는? (노컷뉴스, 2018)


조직문화가 회사에 입사하는 주요 기준은 아니더라도 '퇴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퇴사를 선택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조직문화라고 응답한 설문 결과도 있다.  
* 직장인 10명 중 8명 “왜곡된 조직문화로 이직 고려 경험” (경향신문, 2015)


연봉이나 복리후생과 같은 가시적인 조건들은 입사하는데 필요조건이 될 수 있는 있어도 직원들이 계속해서 조직에 남아있게 하는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직장인들은 이미 정해진 월급과 복리후생과 같은 것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으로 이미 인식하고 있고 직장생활적인 측면에서의 조직문화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로 해석하면 된다.


조직문화는 직장인 개인 입장에서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알기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직자들이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 금방 이탈하거나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퇴사를 준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문화를 알릴 수 있는 요소들은 핵심가치, 인재상뿐만 아니라 직무 소개서, 내부 인사제도, 조직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활동에 대한 홍보 활동 등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외부로는 우리 조직이 어떤 회사이고 어떻게 일하며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내부로는 조직문화를 탐색하고 장려하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Netfilix의 [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라는 문서가 있는데

다들 참고해보시면 도움이 될 듯하다.

* 구글에 검색해보시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이 있어서 여기서는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 조직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패티 맥코드가 쓴 파워풀이라는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몇 가지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문구를 알려 드리자면

 

Real Company Values are the behaviors and skills that we particularly value in fellow employees.

회사의 진짜 가치는 우리가 회사 동료들에게서 특별히 가치 있게 여기는 회사 동료들의 행동과 능력이다.


Great workplace is Stunning Colleagues.

Great workplace is not day-care, espresso, health benefits, sushi lunches, nice offices or big compensation, and we only do those that are efficient at attracting stunning colleagues

좋은 직장이란 훌륭한 동료들을 의미한다.

좋은 직장이란 직장 유치원, 에스프레소, 건강복지, 초밥 점심, 멋진 사무실, 또는 많은 상여금을 제공하는 곳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로지 그것들을 훌륭한 동료들을 끌어들이는데 효율적인 경우에만 제공한다.


넥플릭스가 말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정의는 언뜻 보기에는 장황하고 이게 조직문화 인가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만약 이와 비슷한 내용을 회사에 조직문화랍시고 보고서를 들고 가면 반려당할게 99% 확신한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넥플릭스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부 있다.)


하지만 필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문구가 더 조직문화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회사들은 아침에 밥 주고 회사에 헬스장이나 수면실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일하기 좋은 회사, 조직문화가 잘 되어 있는 회사라고 홍보를 많이 한다.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조직문화는 멋진 건물이나 헬스장 같은 외형적인 시설 말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나 시스템, 구조를 말하는 게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이전 10화 그들은 너무 쉽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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