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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stle?

빡셈은 지치게 만들고, 꾸준함은 강하게 만든다.

by Nickneim
빡셈은 몰입감을 주지만, 실력을 남기지 않는다. 꾸준함은 성과가 더딜 뿐, 결국 성장을 만든다.


1. 빡세게 일한다는 것의 착시

스타트업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요즘 진짜 빡세게 일하고 있어요"다. 이 말에는 일종의 안도감이 담겨 있다. 지금 힘들게 일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자기확신이다. 하지만 여기엔 착시가 있다.

빡셈은 몰입이지만, 방향이 없다면 체력 소진일 뿐이다.

하루에 몇 시간 일했는가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복된 문제 해결, 근본 원인 분석, 시스템화 없이 소모되는 에너지라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소진'이다.


스타트업은 왜 항상 바쁠까? 스타트업은 빠른 실행, 끊임없는 실험, 빠른 회고를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종종 '빡세게' 일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다양하다.

계획 없이 실행만 하는 조직: 무작정 실행이 우선이라는 문화

전략 부재: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없이 무작정 문제에 달려드는 방식

구조화되지 않은 일: 반복되는 이슈와 중복된 커뮤니케이션

리더의 방향성 결여: 긴급한 것과 중요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리더십

결국 스타트업이 바쁜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의 구조가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꾸준함은 느리지만 실력을 만든다. 빡셈이 즉각적인 몰입이라면, 꾸준함은 경험의 누적이다. 단기적 성과는 빡셈으로 이룰 수 있지만, 장기적 경쟁력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꾸준함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게 한다

꾸준함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프로세스를 만든다

꾸준함은 팀의 공통 언어와 기준을 만든다

꾸준함은 개인이 아닌 조직의 실력을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꾸준함은 성장하는 조직이 반드시 설계해야 할 핵심 전략이다.




2. ‘빡셈’이라는 문화가 만들어내는 문제들


2.1. 성과의 왜곡

빡세게 일하는 것 자체가 성과처럼 여겨진다. 그 과정에서 산출물의 질보다 노력의 양이 평가 기준이 되기 쉽다.이는 성과주의를 저해하고, 실질적 문제 해결보다 보여주기식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2.2. 번아웃과 이직률 증가

장기간의 빡셈은 번아웃을 유발한다. 문제는 개인의 체력만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까지 무너진다는 점이다. 피로가 누적된 조직은 이직률이 높고, 업무의 연속성도 낮아진다.


2.3. 시스템 부재

빡셈은 프로세스를 만들지 않는다. 그저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할 뿐이다. 이로 인해 문제가 반복되고, 경험의 전파와 학습이 단절된다. 시스템 없는 빡셈은 결국 비효율의 반복이다.




3. ‘꾸준한 성장이 있는 조직'의 조건

꾸준한 성장을 추구하는 조직은 단순히 사람을 뽑고, 일을 시키는 조직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설계가 필요하다:

3.1. 일의 구조를 설계하라

업무의 구조가 명확해야 꾸준함이 가능하다. 업무 프로세스, 반복 업무의 매뉴얼화, 협업 루틴 등을 설계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학습의 누적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3.2. 성과보다 성장 지표를 함께 측정하라

짧은 기간의 성과보다 팀이 얼마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축적하고 있는지를 지표화해야 한다. 학습된 역량, 협업의 질, 프로세스 개선 등도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3.3. 지속 가능한 동기 구조를 만들어라

단기 보상은 순간의 동기만 만든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내재적 동기와 장기적 보상 구조, 그리고 리더의 코칭과 피드백 시스템 위에서 이루어진다.




4. 스타트업 성장의 구조와 시스템

스타트업은 빠르게 실행해야 살아남는 조직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은 아니다. 이 둘은 다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착시는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고, 중복을 낳는다. 실제로 성장하는 조직은 반복되는 구조와 시스템이 있다.

빠르게 움직이되,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시도하되, 빠르게 회고하고

빠르게 실패하되, 그 실패가 누적된다

이런 구조는 꾸준함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속도는 ‘얼마나 빠르게’보다, ‘무엇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로 정의된다.




5. 리더가 만들어야 할 문화는 밀어붙임이 아닌 설계

리더가 "우리 이번 주는 정말 빡세게 해봅시다"라고 말하는 순간, 구성원은 긴장하면서도 동시에 안도한다. 그 말 속에는 방향과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이번 주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반복하지 않도록 할지 설계해봅시다."

이건 단순한 말의 변화가 아니다. 조직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출발점이다. 리더는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력이 축적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성장에 있어 요행은 없고 꾸준함이 전략이다. 모든 성장은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반복이 조직의 실력이 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 하루하루 빡세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같은 문제를 조금 더 잘 푸는 것. 그게 진짜 성장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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