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히도 길었던 내 백수시절을 돌아보건대 후회되는 지점이 딱 하나 있다. 좀 더 열심히 살걸, 하루를 알차게 좀 보낼걸? 댓츠 노노!
"기왕지사 백수가 된 걸, 완전 마음 편하게 살 걸 그랬다" 싶어서 후회가 된다.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백수의 몸은 편할지언정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괜히 혼자 눈치 보고 조급하고 변명하고 자책한다. 그렇게 한다 해서 환경이 개선되겠냐 하면 그건 또 절대 아니다. 어차피 백수 시절은 백수 시절대로 한동안 흘러가기 마련이다. 마치 운명처럼, 백수여야만 하는 시간이 인생에 최소 한 번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 귀중한 시간을 왜 좀 더 최선을 다해 즐기지 못했을까? 왜 백수로서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을까? 생각할수록 아쉬운 지점이다.
만약 그대가 계속 응 그냥 계속 바닥에 널브러져만 있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백수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시절은 곧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땐 쉬고 싶어도 양껏 마음껏 쉴 수 없다. 백수 시절을 그리워해 봤자 그 시절 마음고생이 떠올라 쉽사리 백수가 되지 못한다. 다시 양껏 못 쉰다. 백수가 된다 한들, 다시 마음 고생 하느라 또 양껏 못 쉰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양껏 못 쉬게 되어 있다.
백수의 자세는 단 하나이다. 그 시절을 마음껏 즐기는 일. 죄책감은 던지되 여유를 채워 하루하루 지내면 될 일이다.
버스도, 사람도, 시간도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법이다. 마음 편하게 살자. 결국 인생에서 후회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열심히 살지 못했을 때 생겨난다. 백수로서 오늘 하루를 얼마나 마음 편히 보냈나, 그게 백수의 자세이자 백수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