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사용하던 사무실이 작아져 조금 큰 곳으로 이사를 했다. 위치를 제외하고 환경은 좀 더 좋아졌다.
물론 내회사는 아니다. 다만,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좀 더 애정이 있는 직원일 뿐이다.
근무환경개선의 일환으로 회사 이전 이후 회사라운지(라고 쓰고 휴게실)를 내 동선에 맞게 꾸며놓고 나니 아침 출근 후 루틴 중 하나인 커피 준비시간이 조금 즐거워졌다.
회사 내 단골손님인 동료는 바테이블에 앉아있고 나는 포트에 물을 올려두고, 전동 그라인더에 오늘의 원두를 갈기 시작한다. 핸드 그라인더가 느낌이 더 좋을 것 같지만, 매일 늙어가는 내 손목 관절을 생각해서 그건 그만두기로 했다. 오늘의 원두는 코스트코에서 사온 커피 리브레의 '유니콘'이라는 원두를 베이스로, 근처 로스터리 카페에서 사다 둔 예가체프를 조금 섞었다. 도토리씨 블렌드라고 농담해본다.
내가 애정하는 흰색 드리퍼에 여과지를 끼우고 원두를 소복하게 담는다.
물이 다 끓고 포트에 '탁' 소리가 나면 주전자를 들어 원형을 돌돌 그려가며 물을 붓는다.
그럼 원두향이 퍼지면서 커피빵이 귀엽게 봉긋하니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고를 반복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눈이 즐거운 시간이다. 이제 드립서버 안에 커피가 조로록 떨어지는 소리가 나며 가득 차면 식기전에 기다리던 동료의 컵에 따라준다.
그리고 또 다시 원두를 갈고.. 이번엔 내가 마실 커피를 준비하면서 묻는다.
오늘의 커피는 어때요?
언젠가 바리스타가 될 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부캐놀이에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