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기 위한 고군분투

by 거문고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사랑받기 위한 고군분투’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받고 싶은 대상은 삶의 단계에 맞추어 변했다. 부모는 물론이고 학창 시절의 선생님과 친구들을 거쳐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게 된 직장동료 및 지인들까지. 내가 사랑받고 싶은 범위는 넓었다.


최초로 사랑받고자 한 대상은 단연 부모이다. 유년기에 내가 부모에게 느낀 사랑은 조건부 사랑이었다. 내가 공부를 잘했을 때, 마음에 드는 행동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것이 인정과 사랑이라 생각했다. 엄마, 아빠의 마음에 드는 말을 하기 위해 늘 눈치를 봤다. 어떻게 해야 침체된 집안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좋아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어른들을 웃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 최대한 밖을 방황했던 시기도 있었다. 집에 들어가면 늘 혼날 일 밖에 없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러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돌던 시기에 조차 부모의 눈치를 봤다. 죄책감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주변 어른들의 말처럼 나와 동생을 위해 힘들게 일 하는데 내가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긋난 행동은 몰라서 하는 게 아니다. 알지만 견딜 수 없어서 하는 것이다.

내가 완벽하게 좋은 학생이 되어야 부모가 만족할 거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늘 불안했고 성적 때분에 벌벌 떨며 공부하는 데 지쳐 있었다.

나의 부모는 아직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때 나는 스트레스로 혼자 내 머리카락을 뽑았다. 정수리 쪽이 비칠 정도로 머리를 뽑았다. 내 머리카락을 뽑는데 집중하다 보면 이상하게 잡생각이 사라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불안한 마음에 의한 것이었는데 학창 시절에는 왠지 감춰야 할 일인 것만 같아 혼자 몰래 머리카락을 뽑았다. 머리칼을 뽑고 나서 뽑힌 머리칼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얼마나 무모한 짓을 했는지 알게 되어 부끄러웠다. 좋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매일 같은 다짐을 했지만 지킬 수 없었다. 늘 불안했기 때문이다. 집안의 어른들 중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말해봤자 내 불안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부모는 나를 사랑했기에 내 방황의 시기를 참아 주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도 부모를 사랑했기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밖을 맴돌았다. 미워서가 아니라 실망시킬 것이 두려워서 피한 것일 뿐이다.


유년기의 불안 때문인지 나는 늘 누군가가 나를 떠날 것에 불안해했다. 그래서 솔직한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내가 부모에게 그러했듯, 상대가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 두려워서 내 마음을 감췄다. 그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는 노력은 나에게 잠시의 위안을 가져다 줄 뿐 타인이 내 마음까지 알아주는 것은 아니기에, 결국은 서운함으로 남았다. 서운해진 나는 더 이상 상처 받을 것이 두려워 그들 외에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했다. 그리고는 새로운 사람에게 서운해 지기를 반복했다.

이제와 과거를 돌아보니, 내가 서운한 것은 상대의 탓이 아니었다. 솔직하지 못한 나 외에 원망할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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