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손목

사랑이 조용히 스며들던 밤

by 은빛루하

하늘색 셔츠 소매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난 하얀 손목이 있었다.

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릴 때마다

나는 그 손목을 바라보곤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습관처럼, 마치 나만 아는 비밀을 보는 듯.

4월의 밤공기는 봄바람을 담아

우리의 걸음을 부드럽게 감쌌다.

친구들과의 모임을 끝내고,

우린 아무런 약속도 없이

광화문에서 명동까지 새벽길을 걸었다.

넓은 찻길 위로 차들이 지나가고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이 우리 둘만을 위해

고요를 선물한 듯했다.

버스정류장에서의 마지막 순간—

짧은 눈 맞춤,

그리고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그의 하얀 손목이 살짝 흔들렸다.

그 장면은 마치 잔상처럼

내 마음속에 남아

지금도 4월의 밤이 되면

광화문 거리를 걷고 싶어진다.

빌딩과 자동차들이 이어진 거리 사이로

그날의 설렘이

다시 살아날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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