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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나라

7살의 상실

by 조앤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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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되던 해에

갑자기 어느 날

너무나 다정했던 아빠가 

사라졌어요

내가 갈 수 없는 나라로..

아무도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어요

아빠에게

내가 좀 더 사랑스러웠어야 했는데..


아빠가 없이 엄마도

낮에는 나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는

어디론가 갔고

밤에만 옆에서 잠을 잤어요

엄마도

내가 갈 수 없는 나라로

갑자기 사라질까봐 

눈물이 났어요

내가 징징거리면 엄마도 가버릴까봐 

늘 불안했어요

내가 좀 더 사랑스러웠어야 했는데..


아빠가 보고 싶었지만

가끔씩 꿈 속에서 아빠를 만났지만

엄마에겐

말하지 않았어요.

엄마도 슬프면 안되기에


고등학생이 된 나에게

엄마는 이제는 말하겠다면서

네 아빠가 잘못해서 이혼을 했다고 했어요

...

아빠 험담 말고, 이렇게나 시간이 흐른 뒤에 말고,

엄마 아빠가 함께 할 수 없었던 이유만을

아빠가 사라진 그 때  내게 말해 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느닷없이 아빠를 잃어버린 나에게

느닷없이 행복한 엄마를 잃어버린 나에게

그것은 내 탓이 아니고

내가 사랑스럽지 못해서가 아니고

단지 나도 아빠도 엄마도 그런 안 좋은 상황을 만난 거였다고 말해주고

그리고 나도 충분히 그 상황을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비록 어리고 더뎌도

아빠를 잃어버린 혼란도

엄마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나 때문이라는 자책에서도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지 않았을 까요..


이전에 다정했던 아빠와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 나를 그 과정을 통해 더 잘 위로하고

슬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서른두살이 된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아서

그래서 나를 떠날 것 같아서

눈치를 많이 보고

아예 다가가기를 주저하는 성인아이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서른두살의 예쁜 그녀는 IFS 치료를 통해 그 7살 어린 자신을 만났다.

작은 어깨에 쌓아올린 커다란 짐들을 내려 놓고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어른들의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이혼이나 사별과 질병등으로

아이가 느닷없는 상실을 경험하고 있을 때,

그 잃어버린 것에 대해 어른들의 설명과 위로가 없을 때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 설명은 자기비난이고 이것은 애착외상으로 이이지곤 한다.



(그림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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