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힘들더라도 나의 길을 가고자하는 노력은 마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려운 선택은 높은 확률로 빛나는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만, 당장 편한 선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으니까.
몇 달전까지만 해도 회사 생활이 꽤나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던 순간이 있었다.
과분하게도 좋은 팀과 사람들을 만났고, 어쩌면 그것이 나의 (궁극적인) 퇴사 목표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상상을 했었다. 왜냐하면 직장이 단순하게 '돈을 버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서 '인간관계' 혹은 '정서적 안정감'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기계처럼 일만 할 때는 단순히 월 1000만원, 2000만원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서 하루라도 빨리 나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퇴사를 하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나 그러한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조직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안정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얼마 못가서 나의 조직이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좋아하는 팀원들과는 뿔뿔이 흩어졌다. 그 결과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힘든 마음을 추스리는데에 많은 시간과 감정을 소비했다.
몇 년 전부터 회사에 종속된 삶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걷기로 다짐했었다. 그러나 회사에 100% 몰입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이번에는 꽤나 큰 충격이었다. 많은 선배들이 짐을 쌌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10년, 20년 회사를 위해 헌신한 구성원에게 조직의 마지막 품격은 없었다. 그것이 곧 나의 미래라고 느껴졌다. 물론 나의 상황이 당장 위험한 것은 아니다. 조직에서 평가도 좋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가장 큰 장점? 이 있었다.
젊음이었다.
그러나 그 젊음이 다하면, 나 또한 언젠가 조직으로부터 버려질 운명이었다. 뛰어난 실력 혹은 유능한 정치술로 상황을 타개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조직에서의 생명을 연장하는 하책(下策)일 뿐이다.
GOOD → BAD 로의 전환이 매우 신속하게 준비할 새없이 진행되었다.
분명 최근까지도 회사에서 나의 상태는 GOOD이었는데 일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 것이다. 화도 나고 분했지만, 마침내 그 결과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나의 현재는 과거 내 선택의 결과 값' 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을 타인(조직)에게 의탁한 결과이기도. 조직에서 개인이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극히 제한적인 것이다. 정치나 파벌 그리고 조직의 판단에 따라서... 언제든지 나의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즉 이와 같은 삶은 월급쟁이의 숙명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권토중래(捲土重來,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훗날을 도모한다)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선택은,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결국 (경제적자유에 관한) 내 근원적인 질문을 해결해 줄 수 없겠다는 생각이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나의 길을 가고자하는 노력은 마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려운 선택은 높은 확률로 빛나는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만, 당장 편한 선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