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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ata

by Andrew Hong

요 몇일 계속 겪고 있는 일이다. 자고 있던 내게 달빛에 비친 검은 그을음이 지나가 순간 눈을 뜨게 되었다. 온 몸의 피곤한 기색이 여전하고, 달빛이 창문을 통해 청명하게 비치니 아까 눈을 감고 채 1~2시간밖에 안지난 한 밤 중이다. 옆 방에 소리가 잠잠한 것을 보니, 다행히 아이들이 깨어나지 않고 잠에 든 모양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눈이 떠진 것일까. 모르겠다. 일단 물 한 컵 마시고 와야지.


방문을 열고 어두운 거실을 지나 유리컵에 물을 따라 세 모금 마신다. 근데 오늘따라 유난히 달빛이 밝다. 마치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처럼 매혹적이다. 달빛에 몸을 맡겨 하늘에 둥둥 떠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속옷을 벗고 맨 몸에 달빛을 담아본다. 덕분일까, 내 몸이 아름다워 보인다. 아이를 둘이나 낳은 몸이기에 뱃살과 군살들이 있지만 그래도 좋다.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본다. 기분이 더 좋다. 안되겠다. 위스키 반 잔을 따라 마신다. 그리고 이내 생각에 잠긴다. 이대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8살 되던 해 아버지가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돌아가시는 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 충격은 매우 컸다. 아버지는 그 당시 내게 내 모든 것을 주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유년시절부터 아버지에 대한 애착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고,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하루는 너무 우울했고 그저 울음만 나왔다. 그런 존재가 하늘로 사라지셨으니, 어린 나이인 나에겐 충격일 수 밖에 없었고 그 충격은 내 안에 내재되어 또 다른 부정적인 요소를 만들고 있었다. 결국 나의 안에 충동적이고 검은 그을음 같은 것이 발현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난 이듬해 첫번째 자살시도를 했다.



지바센 예술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같은 클래스에서는 누구보다도 이미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뽐냈다. 특히 '시'에 뛰어났고, 이 덕분에 학업의 길에서 승승장구하며 대학교에 장학금까지 받고 입학했다. 대학생활은 처음엔 순조로운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직감할 수 있었다. 8살부터 내 안에 싹이 튼 검은 그림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학업적으로는 성공가도를 달리며 다른 이의 부러움을 사는 현실과는 달리, 내 안의 검은 그림자는 점점 더 나를 옥죄었다. 나는 안간힘을 써서 예술로 혹은 다른 취미생활로 이 어둠으로부터 회피하려고 이 어둠을 씻겨내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어느 날, 인턴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현관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와 불은 키지 않은 채 어제 보던 TV 채널을 소리없이 켜놓고 침대 위에 살포시 누웠다. 누운 나의 얼굴에 달이 창문을 통해 그 빛을 비추고 있었다. 고개를 창문쪽으로 돌렸다. 유난히 눈부시며 달이 아름다워 보인 날이었다.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고 달을 따라 창밖을 걷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는 갑작스런 가벼운 충동이 아닌, 어릴적부터 쌓아 왔던 어둠이 드디어 표출되는 매우 강력한 충동이었다. 그렇게 난 두번째 자살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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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