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심
최진실, 최수종 배우의 제목 자체가 ‘질투’였던 드라마의 노래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혹은 드라마 ‘또 오해영‘의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비교당하는 여자 주인공의 얼굴?
요즘엔 SNS 속 누군가를 향한 질투나 시기가 당연한 감정이기도 하다.
친구의 럭셔리한 여행 사진, 혹은 웃음 가득한 나 없는 단체샷 등등 사진 속 사소한 일상까지 누군가에게는 질투의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은데…”
“나도 거기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더 돌이켜보면, 사랑했던 연인과의 사이에서 일었던 역동이었던 질투 에피소드로는 소설이 몇 편 써질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로 가면 학창 시절 선생님께 친구가 칭찬받을 때 괜히 얼굴이 굳었던 순간, 엄마가 형이나 언니, 동생에게 먼저 챙겨 화를 냈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에리히 프롬은 ‘질투는 사랑의 증거가 아니라, 불안의 증거다 ‘라고 말했다. 질투가 꼭 나쁘다는 부정적인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곱씹어 보면, 불안이라는 건 결국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 아닐까? 나는 그 상대를 잃고 싶지 않고, 나도 그 무언가를 누리고 싶다는 마음 말이다.
요즘의 나는 질투하지 않게 되었나?
아니면 질투를 말하지 않게 된 걸까?
사실 질투는 여전히 우리의 관계 속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감정처럼 내 마음을 비춘다. 어쩌면 질투는 내가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은지, 어디에 속하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을 아직도 갈망하는지 알려주는 감정일지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나의 욕구를 말이다.
그래서 질투는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지만, 쉽게 꺼내놓기 어려운 감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 질투나‘라는 말은 왠지 유치하게 느껴지고, 인정하기엔 뭔가 부끄럽다. 철없어 보일까 봐 더더욱 그렇다.
+ 내가 그걸 왜 질투해?
+ 그냥 좀 신경 쓰였을 뿐이야.
+ 나만 이런 마음 드는 건가?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거나, 아예 감정을 무시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질투는 우리 안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마음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유치함 속에는 ‘나도 사랑받고 싶다’는 아주 순수한 바람이 숨어 있다.
질투의 일반적으로 ‘누군가가 가진 것을 내가 갖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 정의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할 때, 누군가가 인정받고 있을 때,
혹은 내가 원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 말이다. 그래서 흔히 ‘시기’와 혼용되지만,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시기는 타인이 가진 것을 ‘빼앗고 싶다’는 욕망에 더 가깝고, 질투는 내가 가진 것을 ‘뺏길까 봐’ 두렵거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소외된 느낌’을 중심이 있다.
대체로 질투는 ‘사랑’과 ‘인정 욕구’가 만들어낸 감정이기에,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때로는 관계를 파괴하는 칼이 되기도 한다.
앞선 모든 감정에도 하는 말이지만, 질투심 역시 결코 단순하지 않다. 표면의 감정은 “샘이 나!”일 수 있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감정들이 함께 숨어 있다.
+ 불안 : 나는 그만큼 사랑받고 있는 걸까?
+ 열등감 : 나보다 그 사람이 더 뛰어난가 봐.
+ 외로움 : 나는 소외된 기분이 들어.
+ 슬픔 : 나를 바라봐주지 않아서 속상해.
+ 분노 : 왜 나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선택하지?
이런 감정들은 질투라는 단어에 숨겨져, 마치 덮개처럼 깊은 감정을 가리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질투를 인정하고 말로 꺼내는 순간, 우리는 감정의 본모습과 마주하게 되니 표현이 또 불편한 거 같다.
질투를 느낀다는 건,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내게 정말 소중하다’는 뜻이다. 질투가 말하고 있는 진짜 마음을 들어보자.
“나는 그만큼 사랑받고 싶었어.”
“나는 잊히고 싶지 않았어.”
“나는 비교당하고 싶지 않았어.”
그 마음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질투는 더 이상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라 내 감정의 진심을 말하는 신호가 되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다정하면서도 예리한 자기 직면이 필요한 감정이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책이나
영화제목을 들어보셨을까요?
심리학자들은 질투를 ‘나도 저것을 원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주목한 연구에서, 질투심을 부정적으로만 여기지 않고 (성장의 자극제)로 해석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나고, 질투를 느끼는 순간 자신이 진정 바라는 목표를 인식하게 되고, 이를 동기부여 삼아 노력하면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한 예가 있다.
앞선 언급처럼 흔히 질투하면 스스로를 못난 사람처럼 여겨 죄책감을 느끼기 쉽지만, 이 연구는 질투 자체는 나쁜 감정이 아니며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연구결과이다.
질투는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해주는 내면의 언어 같다. 즉,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질투는 나를 쓰러뜨리는 힘이 아니라, 나를 일으켜 세우는 에너지가 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질수록, 버려질까 봐, 밀려날까 봐, 덜 소중한 사람이 될까 봐 불안은 커지고, 그 불안은 질투라는 모습으로 튀어나온다. 질투심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와 완전히 부인하거나 억압하는 경우로 나타난다. 겉모습은 정반대처럼 보여도 사실은 같은 뿌리를 가진 감정의 표현 방식 같다. 질투를 심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워 ‘폭발’로 표현하고 질투를 부인하는 사람은 감정을 다루는 것이 두려워 ‘차단’으로 방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각각이 경험하는 관계들은 차이가 있다.
[ 질투를 심하게 드러내는 사람의 관계 ]
+ 감정이 과잉으로 표현된다.
“왜 답장 안 해?” “누구랑 있었어? 사소한 단서에도 감정이 폭발하거나 상대를 추궁한다. 감정이 크다기보다는, 불안을 다룰 내면의 안전지대가 약하다.
+ 끊임없는 비교와 확인을 한다.
“그 사람은 너한테 더 중요한 거야?” 상대의 관심이 자신에게 충분한지 계속 점검한다. 사실은 “나, 너에게 괜찮은 사람이지?”를 묻고 있는 중이다.
+ 관계에 집착하고 통제하려 한다.
상대의 일정을 간섭하거나, 일부러 질투 유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역질투 전략) 이는 “사랑을 확신하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의 표현이다.
+ 결국은 피로와 오해로 관계가 흔들림
“왜 이렇게 피곤하게 굴어?”
“너는 너무 의심이 많아”
상대는 지치고, 본인은 더 버림받을까 두려워한다. 이들의 질투는 애정 확인의 방식이지만, 관계를 망가뜨리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 질투를 억압하거나 부인하는 사람의 관계 ]
+ 감정이 무덤덤하거나 차가움으로 표현된다.
“그런 걸 왜 질투해? 나 그런 거 신경 안 써.”
질투를 부정하지만, 속으론 삐치거나 멀어진다. 분노보다 차단이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불편함을 말하지 않고 ‘그냥 괜찮은 척’ 넘긴다. “다 괜찮아” 이면엔 “그래봤자 달라질 게 없잖아”라는 포기감이 깔려 있다.
+ 관계에서 지나치게 독립적인 척한다.
“나는 혼자 있는 게 편해” 관계에서 상처받느니 아예 기대하지 않는 편을 선택하지만 마음 한편엔 “나도 바라봐줬으면…” 하는 목마름 존재한다.
+ 관계의 깊은 연결을 피한다.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히 친한 관계에서 멈추게 된다. 상대는 소외감을 느끼고, 본인은 ‘가까워질수록 위험하다’고 여겨 결국 혼자라는 느낌만 깊어진다.
이렇게 다를 수 있겠다. 하나는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상처를 가리기 위한 얼굴이다.
질투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감정이 아니라
나도 사랑받고 싶은 존재라는 증거다.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줄 수 있을 때 질투는 조금씩 나의 진심의 언어로 바뀌기 시작한다.
조금 유치해도 괜찮다. 솔직해도 괜찮다.
질투는, 지금 이 관계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그 마음을 미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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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학적 이론과 연결하여 찾아보았다.
+ 애착이론 (Attachment Theory)
질투는 불안정 애착에서 자주 나타난다.
특히 회피형은 질투를 느껴도 인정하지 않으며,
불안형은 상대의 모든 말과 행동에 과잉해석을 하며 ‘잃을까 봐’ 더 불안해한다.
+ 대상관계이론 (Object Relations Theory)
질투는 ‘좋은 대상’에 대한 소유욕에서 비롯되며,
분리 개별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강하게 나타난다.
즉, ‘너 없인 나도 없어’라는 감정이 질투를 부추긴다.
+ 자기심리학 (Self Psychology)
질투는 나의 ‘자기 대상’이 다른 사람에게 더 집중할 때 생긴다.
‘나는 충분히 가치 있지 못한가?’라는 자기 존중감의 위기를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