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하면서도 알 수 없는 소음 가득한
“하늘 아래 혼자인 것을 충분히 느껴보세요. 겁먹을 필요 없어요. 일어나 앉기만 해도 옆 사람 있는 곳이 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안심하시고, 알려드린 것들 유의하시고, 각자 자리로 갑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오늘 모인 여섯 명이 제자리에 잘 누운 것을 확인한 후에도 나희는 한참 동안 모두의 침낭이 다 보이는 둔덕 위에 가만히 서 있다. 사람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잦아들면서 밤의 소음이 살아난다.
산 입구에서 등산로를 따라 3킬로미터쯤 올라가다가 약수터 뒤로 길 없는 숲을 15분 정도 헤치고 지나가면 인적이 드문 평지가 나온다. 지난겨울 비박 팀 운영을 쉬는 동안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이후, 나희는 올봄부터 모임 장소를 여기로 정하는 일이 많았다. 지하철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뚝 떨어진 야산 같은 장소가 있는 것이 신기하여 처음 와 본 참가자들은 대개 눈이 휘둥그레진다. 성긴 나뭇가지 사이로 올려다보이는 밤하늘에 별은 몇 없지만, 발아래로 멀리 도시의 불빛이 은하수다.
실외의 밤은 소란하다. 오만소리들이 규칙 없이 섞이고 겹치다가 흩어진다. 풀, 나무, 바람, 새, 벌레, 길짐승, 자동차, 라디오, 죽은 사람, 산 사람. 무엇이 내는 소리인지 알기 어려워 더욱 귀가 기울여진다. 나희는 바깥의 밤이 막연했던 추측과 달리 전혀 적막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자신이 언젠가는 밖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예감한 적이 있었다. 캄캄하면서도 알 수 없는 소음 가득한 것이 자신의 마음속과 똑 닮아있어 무척이나 친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결국 그 예감은 맞고 말았다. 지붕도 벽도 없이 살아온 세월이, 꼽아보니 10년이 훨씬 넘는다. 밤의 소리를 들으며 낡은 침낭 안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나희는 5년 전부터 세 명에서 여덟 명 사이의 팀을 꾸려 텐트 없는 야영을 인솔하고 있다. 비박이라고 하는데 노숙이라고 해도 뭐가 다른가 싶다. 참가비가 저렴한 대신 비비커버나 침낭, 매트 등을 대여해주고 비용을 따로 받는다. 봄, 여름, 가을 동안 목, 금, 토, 일주일에 세 번, 비가 오지 않으면 늘 나희는 이 일을 한다. 맨 처음은 나희가 책을 낸 직후 출판사에서 기획한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