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신청자들이야말로
나희는 자신이 하는 일 역시 참 이상하다고 자주 생각한다. 오늘 같은 목요일 밤이면 특히 그렇다. 금요일이나 토요일로 신청하는 사람들은 함께 비박하는 다른 사람들과 좀 더 많은 것을 나누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다음 날 아침에 바로 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목요일로 신청하는 건 그런 뒤풀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쩌면 목요일 신청자들이야말로 야외에서 자는 것 자체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나희가 그 전부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한 게 많다.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이렇게 누워있는가. 얼추 칠팔 미터 간격을 두고 깔린 침낭들이 나희의 것까지 모두 일곱 개다. 함께 신청한 두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서로 처음 보는 사이들이다.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고 나선 별달리 서로를 더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밤 여덟 시 반, 역에서 만나 함께 걸어서 열 시 사십 분, 야영이 가능한 산 중턱에 자리를 잡았다. 둘러앉아 간식을 먹고, 주의 사항을 전달받고, 각자의 자리로 흩어져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요가 강사 동료 사이인 제스와 싸지타의 침낭이 멀찍이 나란했다. 좀 더 뒤쪽 큰 소나무 밑은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펜슬스커트 정장을 커버로 싸서 들고 온 꿀벌의 자리로 나희가 정해주었다. 진달래색 화려한 등산복 차림에 파마머리가 풍성한 중년 여성 귀욤은 겁을 너무 많이 내는 듯했다. 텐트도 없이 야외에서 잔다는 게 모두에게 편한 일은 아니다. 예외적으로 나희는 자신의 자리와 가까이, 이 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귀욤이 침낭을 펴게 해주었다. 유행을 모르는 나희의 눈에도 유행을 따른 것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온 정뱅은 가장 먼 곳, 이 숲속 평지의 끝자락에 누웠다. 두부를 떠올리게 하는 인상인 김영우는 반대쪽 끝에 침낭을 폈다. 달이 서쪽으로 기우는 동안 이들은 각자의 밤을 보낼 것이다. 날이 밝으면 조용히 자리를 거두고 산을 내려가 처음 모였던 지하철역에서 흩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평소의 금요일을 시작할 것이다.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멀쩡한 거처가 있는 멀쩡한 사람들이 지붕도 벽도 없는 곳에서 하룻밤을 잔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모여들어 왔다. 이유 같은 이유를 갖다 대려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지만,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으니, 어느 것도 딱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은 늘 이렇게 흐른다. 나희는 딱 하나의 진짜 이유가 있다면 뭘까, 궁금해지는 턱에 이르면 턱을 넘으려 애쓴다. 그러나 힘에 부친다. 종일 고단하게 움직였던 그녀는 애쓰다가 잠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턱에 이르기도 훨씬 전에 진즉 잠이 들었을 때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