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고 저쩌고.
1월에 목표했던 독서라는 취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나는 대체로 담담하지만 다정한, 평범한 단어이지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문장들을 좋아한다는 걸 요즘 들어 깨닫는다. 이번에도 확 꽂혀서 아끼고 아껴가며 읽는 책이 한 권 있다. 단어 하나하나 씹어가며 읽고 그 내용에 나를 끼워 넣어 상상해 가면서 읽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감각으로 책을 만나는 중인데, 이날은 유독 눈에 띄는 표현이 하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고저쩌고. 앞부분 뒷부분의 내용보다는 그 표현에서 뱅뱅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이 표현을 좋아한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왤까.
곧장 사전에 검색해서 뜻을 찾아봤다.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라는 뜻이란다. 보통 앞부분에 제시된 사실은 조금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뒷부분에 서술되는 내용은 긍정적인 의미를 전달할 때 사용하는 것. 이걸 파악하고 나니 왜 뱅뱅 맴돌았는지 알겠다. 부정적인 현실을 다른 모양으로 바라볼 때 쓰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닐까 하며. 내가 주인공인 이 세상 이야기에는 사건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따라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문득 생각했다.
작년의 손만 대면 성공하던 날들과는 달리, 올해는 손대는 족족 잘 안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그 잘 안 되는 것들이 딱히 슬프지는 않다는 것이다. 조금 당황스러울 뿐. 생각보다 세상을 너무 몰랐더라고. 이런 삶이 반복되던 순간인지라, 책 속에 적힌 작가님의 쉽지 않은 과거와 대비되는 조금이라도 이뤄낸 현실을 표현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이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언젠가 꾸준히 같은 게 무슨 상관인데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꾸준히 하는 게 뭐. 잘해야지. 같은 말. 꽤나 귀가 얇은 나는 그 말에 살짝 흔들렸다. 맞지 꾸준히 해내서 뭐 해 결과가 좋아야지. 꾸준히는 할 줄 알겠는데 잘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그 말을 들으니 뼈를 맞은 기분이었달까. 사실 그래서 그 이후로 며칠을 끙끙 앓았다. 지금 잘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들, 두고 다른 거 하러 떠날까. 하다가 말았다. 뭐야 내가 잘하는 게 꾸준히 해내는 거잖아. 어떤 건 결과가 좋은 것도 있고 어떤 건 잔잔한 것도 있다. 10개 해서 1개 좋은 반응 나왔으면 그걸로 되는 거다. 라면서.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류의 삶인 것이다. 어떻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zone)으로 진입하도록 머리를 열심히 굴려가며 어제 하고 좌절한 것을 오늘 또 해내보는 것. 그래도 좌절되면 내일 또 해보는 것. 그러다 갑자기 약간의 빛들을 발견하는 것. 그렇게 하나 둘 작은 빛들을 모아 나만의 것을 만들어나가는 걸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에 뭘 올리고 싶은지 확실히 정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올려대서 정신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새로운 도전을 해 본 하루로 마무리 지어본다. 오늘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낸 하루를 보냈다!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