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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판코치 Oct 17. 2019

살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달리는 사람들

줍깅으로 생존하깅

각종 브랜드가 주관하는 러닝대회, 여럿이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 등 러닝의 인기가 대세인 요즘! 쓰레기 봉투를 들고 달리는 운동인 ‘플로깅’이 떠오르고 있다. ‘플로깅’이란 줍기(스웨덴어 plocka upp, 영어 pick up)와 달리기(joggig)의 합성어이다. 건강을 위해 달리는 동시에 쓰레기로 오염된 길거리나 해변을 청소하는 운동으로 스웨덴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단순히 개인의 건강만이 아닌, 친환경적인 활동까지 함께 하는 ‘착한 운동’인 것이다.

카페의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로 바뀌고 세계의 녹색당 지지율이 올라가듯,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19]를 통해 “그동안 친환경적 제품이 단순히 ‘하면 좋은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됐다.”라고 말한다. 점점 우리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의 소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의 시대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     


환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것처럼, 신체활동이 사라지는 요즘은운동을 하는 것 또한 선택에서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비신체활동은 각종 질환인 유방암, 대장암(21~25%), 당뇨병(27%), 심장질환(30%)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지 않고 개인의 생존을 위해 운동을 꼭 해야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딱딱한 통계보다 부드러운 멍게를 봐도 신체활동은 중요하다. 머물 곳을 찾아 떠돌던 어린 멍게는 한 곳에 정착하면 그곳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다. 정착하자마자 멍게가 하는 일은 바로 자기 뇌를 먹는 일이다.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되면 뇌라는 사치를 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뇌과학자 Daniel Wolpert는 “뇌는 생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잡한 움직임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움직이기 위해 뇌가 만들어졌다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뇌가 제기능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운동이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 등 각종 뇌 기능 향상을 돕는 연구결과가 많다.     

출처 : lifesum

이렇게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환경을 위해 행동해야 하고, 개인의 건강을 위해 운동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 두 가지, ‘인류의 생존’과 ‘개인의 생존’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운동이 바로 ‘플로깅’이다. 심지어 일반 조깅보다 운동 효과도 좋다. 쓰레기를 주울 때마다 앉았다 일어서는 ‘스쿼트’와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근력운동을 덤으로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앱 ‘Lifesum’에서는 플로깅을 할 경우 조깅보다 70kcal를 더 태운다고 추정한다. (30분 기준 조깅 270kcal, 플로깅 330kcal) 다만, 쓰레기를 주울 땐 다리를 편 상태로 허리를 굽혀 쓰레기를 주우면 허리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조심하자. ‘스쿼트’, ‘런지’와 같은 운동 자세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줍는 것이 하체 근력운동도 되고 허리 건강에도 좋다.     


좋은 일이라면,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플로깅은 우리나라에서 ‘줍깅’(‘줍다’와 ‘조깅’의 합성어)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플로깅 후엔 SNS에 해시태그(#)로 ‘plogging’, ‘줍깅’을 달아 인증하며 널리 퍼뜨리자. 우리 자신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달리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한다.




* 위 글은 동아제약 사외보인 동아약보 7월호에 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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