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성과 안정성
보통 허리가 아프면 첫째로 드는 생각은 아마 디스크의 문제일 것이다. 각종 언론과 TV에서 요통과 허리디스크를 연관 지어 말하기 때문이다. 요통과 허리디스크의 관계는 이전 글 <허리디스크라면 꼭 알아야 할 정보!> 에서 자세히 다뤘다. 다시 간단히 얘기하자면, 첫째 디스크 증상이 있을지라도 그 원인이 정말 디스크의 문제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둘째, 디스크 증상은 단순히 근육이 뭉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오늘은 이 뭉친 근육을 푸는 방법이 아닌 더 근본적인 얘기를 하려고 한다. 도대체 '왜' 근육은 뭉치는지는 걸까?
"근육은 왜 뭉칠까?"에 대한 흔한 답변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맞는 말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잘못된 생활습관이 지속되어 움직임의 질이 나빠지게 되는 것을 전문용어로 '움직임패턴손상'이라고 한다. 용어가 어려우니 '나쁜 움직임'이라고 하자. 나쁜 움직임의 흔한 예중 하나는 위 사진(오른쪽)처럼 다리를 들 때 허리를 과하게 사용하는 동작이다. 왼쪽 사진처럼 허리의 움직임 없이 다리를 든 상태가 좋은 움직임이다. 오른쪽 사진처럼 나쁜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다리를 들어 올리는 근육 대신 허리근육이 과사용되어 뭉치게 된다. 이는 엉덩관절의 잃어버린 가동성을 허리가 대신해주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아래 사진(왼쪽)은 흔한 나쁜 움직임의 다른 예다. 앉았다 일어서거나 걸을 때 무릎이 과하게 안쪽으로 무너지는 나쁜 움직임이다. 이는 무릎관절이 불안해지는, 즉 안정성의 부재로 이어진다. 사람 몸은 체인과 같이 연결되어 있어 한 관절의 가동성 상실, 안정성 제한은 주변 관절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위는 <어드밴시스 인 펑셔널 트레이닝>의 저자 마이클보일과 <움직임> 및 FMS, SFMA의 창시자 그레이쿡이 만든 'joint by joint approach'개념 사진이다. 우리말로 의역하면 '관절별 접근법'정도 될 것 같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 몸의 각 관절은 가동성(mobility)을 주로 담당하는 관절과 안정성(stability)를 담당하는 관절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발에서 머리로 올라가면, '발목관절 = 가동성, 무릎관절 = 안정성, 엉덩관절 = 가동성, 허리뼈 = 안정성, 등뼈 = 가동성, 아래 목뼈 = 안정성, 위 목뼈 =가동성, 어깨관절 = 가동성'으로 정리된다.
만약 허리의 위에 있는 등뼈의 가동성, 자세히 등뼈의 회전이 제한된다면 어떻게 될까? 등뼈가 잃은 회전의 범위를 대신 회전할 부위를 찾을 것이다. 이때 허리가 등뼈 대신 회전하게 된다면 문제가 된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허리는 안정성을 담당하는 부위다.(총 50도의 상체회전 중 많아야 5-10도만 허리에서 이뤄진다. 나머지는 모두 등뼈가 담당한다.) 안정성을 담당하는 부위가 가동성을 담당하게 되면 위험해진다. 쉽게 축구로 비유하면, 이는 골키퍼가 공격을 나가는 것과 같다.(아래 영상 참고) 골키퍼가 공격을 하게 되면 실점하기 쉽듯이, 안정성을 담당하는 허리가 등뼈를 대신해 과하게 움직인다면 허리통증, 나아가 허리디스크까지 연결될 수 있다. 바로 이번 글의 제목이었던 허리통증의 원인을 등뼈에서 찾은 것이다.
허리통증의 원인을 등과 연관 짓는 것은 하나의 작은 예다. 허리통증은 허리 아래에 있는 고관절의 가동성 상실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더 아래로 내려가 무릎의 불안정성, 발목의 가동성 상실까지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관절별 움직임을 기반으로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허리통증을 허리디스크와 연결 짓는 구조적인 관점과 전혀 다른 접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통증을 바라보는 관점이 구조적인 관점으로 치우쳐져 있다. 구조의 문제는 원인의 결과일 뿐이다. 원인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마무리하자. 허리통증과 허리디스크는 왜 생기는 것일까? 근육의 뭉침, 가동성의 상실, 안정성의 부재, 나쁜 움직임패턴, 생활습관이 있었다. 허리통증이 생겼을 때 허리디스크 수술, 염증주사 같은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인 움직임을 빼버린 치료다. 허리통증을 불이난 집에 비유해보자. '등의 가동성 상실 > 허리가 대신 움직임 > 허리통증'은 '가스가 샘 > 불이 남 > 경보음이 울림'으로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통증주사를 맞는 것은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음을 끄는 것과 같다. 경보음을 끈다고 불이 꺼지진 않는다. 불을 끄려면 먼저 가스가 새는 것을 막아야 하듯, 허리통증을 없애려면 근본적인 원인인 등의 가동성을 만들어야 한다. 등의 가동성을 만드는 운동은 다음 글에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Q : 가동성과 유연성은 다른 건가요?
A : 네. 다릅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유연성을 보는 테스트, 오른쪽이 가동성을 보는 테스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수동'과 '능동'의 차이입니다. 유연성은 다리가 올려지는 수동적인 가동범위고, 가동성은 직접 다리를 올리는 능동적인 가동범위 입니다. 이 차이는 중요한 정보를 줍니다. 관절이나 근육길이의 제한이 있는지 혹은 운동조절능력(motor control)이 부족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연성과 가동성의 제한이 비슷하다면 관절이나 근육길이의 제한 문제로 볼 수 있고, 유연성은 좋은데 가동성이 좋지 않다면 운동조절능력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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