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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약사 Apr 03. 2020

어른이 되었다면 한 웅큼의 OO이 필요해

'엄마여도 하고 싶은 거 하자'


1화 : 엄마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밥과 설거지

https://brunch.co.kr/@ssena222/71

2화 : 게으름, 나태덩어리, 못남덩어리 아내, 엄마, 딸

https://brunch.co.kr/@ssena222/74

3화 : 왜 나는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었을까

https://brunch.co.kr/@ssena222/75

4화 : 하루라도 어린 오늘, 실행해야 했다.

https://brunch.co.kr/@ssena222/76

5화 : 나는 금수저가 맞다.

https://brunch.co.kr/@ssena222/77









나는 구슬을 만들어냈다

얼마 전 강의를 했다. 과거 갈팡질팡 이거 해봤다가 저거 해봤다가 했던 내 삶을 얘기했다. 아빠의 암에 걸리신 것을 알고는, 돈도 벌지 않고 커리어도 쌓지 않고 무능력한 나 자신을 책망했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과거 내 삶은 구슬이었다. 구슬을 꿰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내 구슬들을 엮었더니 멋진 목걸이가 탄생했다. 바로 ‘모험’이라는 목걸이. 그러니 갈팡질팡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나중에 그것을 꿰면 된다고 말했다. 


뒷풀이 자리에서 강의가 어땠는지 여쭈었다. 대리만족을 했다고 한다. 대리만족? 대리만족에 그치면 안 되는데. 내 강의가 자극을 드려야 하는데. 더 갈팡질팡해도 된다고. 이것저것 내가 해보고 싶은 거 그냥 해보자고. 그런데 혹시 대리만족에 그친 걸까? 







그러고 보면 삶은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계기가 없으면 움직이기가 참 힘들다. 어릴 때는 계기가 많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친구들이 바뀐다. 나를 새롭게 세팅할 기회가 생긴다. 이사를 하면서 사는 동네가 바뀌기도 한다. 대학에 들어가면 또 확 바뀔 기회가 생긴다. 나는 중학교 때 이사가면서 새로운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때 사귄 친구들은 초등학교 친구들과 많이 달랐다. 비평준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성적 1등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2번째 학교에 들어갔다. 갑자기 내가 전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그룹에 속하게 되었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완전히 성격이 바뀌었다. 원래 잠재되어 있던 성격이 나온 것 같다. 새로운 소규모의 동아리에서 선후배를 사귀었다. 동아리 방에서 매일 사람들과 교류했다. 회장도 해봤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가 변화할, 혹은 잠재되어 있던 내가 드러날 계기가 여러 번이다. 하지만 직장에 들어가면… 이후로는 내가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기회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여자는 출산과 육아를 계기로 완전히 밑바닥에 떨어져보고 새롭게 나를 발견하는 기회가 한번 더 찾아온다.







싱글이 백수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직장인이 된 후, 내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계기는 퇴사였다. 26살 퇴사한 후로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다. 28살에는 아프리카에 갔다. 33살에 약학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변곡점들이 많이 있었다. 나이 들어서 변곡점이 생길 계기는 이직이나 권고사직, 혹은 가족의 질병이다. 그런 변곡점이 생기지 않으면 흘러가는 대로 살 확률이 높다.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다양하게 살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26살에 퇴사하고 나니 싱글이면서 백수가 됐다. 싱글이 백수인 것은 흔치 않으니까… 나는 무엇이든 해야 했다.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고 왔으니, 그 다음엔 또 뭔가를 해야 했다. 회사를 관뒀는데 다음 직장은 신중하게 선택하게 싶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로 시작해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갔다. 봉사활동을 직업으로 이어가려고 한국에 와서 몇 군데 원서를 넣었다. 계속 떨어졌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자꾸 나를 떨어뜨리는 직장에 다시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문직을 해보겠다고 공부를 시작했다. 재수를 했다. 고3 때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다시 약학대학에 입학했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쉽다

26살부터 38살인 지금까지의 내 삶… 수많은 변곡점들, 구술들…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내가 남들보다 용기가 뛰어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퇴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백수로 있을 수는 없으니 뭐라도 해야 했고, 퇴사까지 한 마당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봤던 거라고. 퇴사하지 않았다면 나도 내 꿈을 위한 시간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쉽다. 내 삶의 변곡점을 만들어 낼 계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른의 변곡점은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첫 발걸음을 내딛을 용기 한 웅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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