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김치는 3종류가 기본
신김치보다는 갓 담근 김치를 좋아한다. 흔히들 생김치라고 부르는 종류를 매우 좋아한다. 익어도 맛있지만, 그 독특한 신맛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달짝지근한 배추의 맛과 매콤한 양념의 맛을 즐기는 것 같다. 어릴 때 엄마가 김치를 담글 때면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하나씩 때어주는 그 배추의 맛을 잊지 못해 식당을 갈 때도 그런 김치가 나오는 곳만 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갓 담근 김치뿐만 아니라 겉절이도 매우 좋아하는데 자취를 하면서 요리를 안 해 먹지만(가스레인지는 이미 영양제로 가득히 쌓였다.) 유일하게 해 먹는 거라면 겉절이라고 할 수 있다.
난 음식점의 맛집을 판단할 때 그 기준의 수치가 김치이다. 김치를 사 와서 내어놓는 곳인가. 직접 담근 곳인가. 당일 아침에 매일 담근 곳인가. 그 김치가 나의 입맛에 맞는가 등이 맛집의 기준이 된다. 그렇게 입맛에 맞는 김치를 발견하면 한동안 그 음식점의 음식만 먹는다. 그게 질릴 때도 있지만, 가끔 생각나면 다시금 김치를 먹기 위해 그 음식점을 찾는다. 이렇듯 김치는 꽤 중요한 나의 음식 판단 기준 중에 하나이다.
난 다양한 김치류를 좋아한다. 특히나 나박김치류를 좋아하는데 이건 큰집에 방문했을 때 큰엄마가 늘 내놓는 그 나박김치가 맛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마트에서 나박김치를 따로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놓을 정도이고, 한식을 먹을 때면 늘 나박김치와 함께 한다. 그 외 열무김치, 고들빼기, 파김치 등등 다양한 김치를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이건 우리 집의 특성 때문인데 엄마는 늘 배추김치만 담지 않고, 다양한 김치를 한 상에 3개 이상은 내놓아 밥을 차려주는 것 때문에 그렇게 입맛이 맞춰진 것 같다.
그녀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물론 그녀의 어머니의 김치는 아주 맛이 좋다고 나에게 자랑을 했다. 얼마나 맛있길래 김치도 잘 안 먹는 그녀가 어머니의 김치를 자랑한 걸까 궁금하긴 했지만, 그녀는 맛은 봐도 즐기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오래전 엄마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널 데려가는 색시는 참 힘들겠다."
김치를 담가야 되는 수고스러움을 하는 엄마의 고충. 미래의 며느리에게 안타까움을 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늘 그렇게 말했다.
"엄마가 담그면 그걸 가져오면 돼서 크게 문제 되지 않지. 안되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김치가 돈 주고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걱정을 해~"
그녀는 김치를 안 좋아했다. 그렇기에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불현듯 내가 좋아하는 콩국수를 먹다 김치를 보며 김치에 대한 짧은 대화가 생각이 났다. 물론 콩국수도 그 식당의 김치 때문에 먹는 것이다. 하여튼 나에게 김치를 미루며 속삭이듯 말했던 그녀가 생각이 난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렇게 김치에 대한 나의 생각을 아주 짧게나마 그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린 서로 하나가 맞지 않는 게 있었다.
사람이 어떻게 똑같을 수 있을까?
그저 사소한 김치를 보며 그날 김치를 나에게 미루던 그녀의 속삭임과 어머님의 김치가 맛있다고 자랑하던 그녀의 표정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