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실 Jun 14. 2021

동네꽃#33 개망초.. 들판에 핀 하얀 꽃다발

계란꽃으로도 불리는 국화과 들꽃

요즘 길가와 공터 들판에 개망초가 한가득이다. 꽃꽂이하듯이 꽃가위로 한 줄기씩 잘라내어 꽃다발을 만들면 정말 예쁘겠다 하는 상상도 해보지만 살아있는 이 여린 것들을 꺾을 용기는 차마 없다.

길가에 핀 개망초. 2021.6.2. 동네에서


이렇게 예쁜 식물의 이름이 '개망초'인 것은 참 유감이다. 망할 "망"자에 "개"자까지 붙이다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농사에 방해가 되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고 일제 강점기에 외국에서 들어오면서 놀랍게 퍼진 탓에 나라가 망할 때 갑자기 많이 핀 꽃이라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꽃잎은 말려서 차로 마시고 잎은 약용으로 사용한다니 쓰임새도 많은 식물인데 좀 더 예쁜 이름을 붙여주었으면 좋으련만 식물의 습성과 역사를 품고 있는 이름이니 이것도 이 식물의 운명이겠지..


언뜻 보면 그냥 흰 꽃인가 하는데 조금 더 가까이 보면 가운데 노란 꽃이 또 보인다. 이 모습이 계란 같아 '계란꽃'으로도 불린다. 국화과 식물은 '두상꽃차례'로 꽃이 피는데(여러 개의 작은 꽃이 머리 쪽으로 모여 피어 마치 한 송이처럼 보인다.) 개망초는 가운데 노란 '통꽃'과 가장자리 흰 '혀꽃', 이렇게 두 가지 색깔의 두 종류 꽃이 모여 피는 '두상꽃차례' 식물이다. 이전에 그렸던 꽃 중에 벌개미취가 같은 예이고, 씀바귀지칭개는 한 종류의 꽃이 모여 피는 두상꽃차례 식물이다.


비슷한 꽃 중에 개망초보다 조금 일찍 피는 '봄망초'라는 꽃도 있는데 혀꽃의 꽃잎이 개망초보다 가늘고 숱이 많다. 이 봄망초 꽃을 동네에서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개망초랑 뭔가 느낌이 다른데.. 더 귀엽고 탐스러운데.. 이렇게 일찍 꽃이 피었었나? 하는 호기심이 들어 인터넷을 막 찾아봤었다.

봄망초. 2018.5.11. 동네에서

혀꽃이 분홍이나 연보랏빛을 띄는 경우도 있는데 분위기가 또 다르다.

혀꽃이 연보랏빛을 띄는 개망초. 2012.10.9. 동네에서
혀꽃이 연보랏빛을 띄는 개망초. 2020. 5. 16. 동네에서


봄망초 외에도 개망초속(Erigeron) 식물은 10여 개가 있는데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걱개망초'도 그중 하나이다. 사실 개망초와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주걱개망초 잎은 개망초 잎과는 달리 가장자리 톱니가 별로 없고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찍어놓은 개망초 사진들의 잎을 자세히 관찰해보았고 서로 비교해보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좌) 개망초. 2021.5.30. 동네에서 / (우) 주걱개망초. 2021.6.2. 동네에서 (확대해서 보면 잎 모양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개망초 공부는 여기까지 하고, 개망초 그림 이야기를 해보자구요~!

6월에 피는 꽃들을 탐색하던 중에 확 마음에 들어온 것이 이 사진이다.

그림의 소재가 된 개망초. 2020. 6.7. 동네에서 촬영


작은 흰 꽃은 흰 종이에 그리기가 쉽지 않은데 사진 속 돌담 배경을 보니 갑자기 무릎을 탁 칠만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색깔 있는 종이에 그리면 되겠다!! 먼저 크래프트(craft) 종이가 떠올랐다. 주로 포장지로 쓰이는 클래프트지는 사진 속 돌담처럼 누런 색이니까 흰 꽃이 잘 드러날 것 같았다. 바로 동네 문구점으로 갔다. 문구점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여러 가지 색지를 보니 또 마음이 바뀌었다. 직접 보니 회색도 괜찮아 보였다. 약간 하늘색 느낌의 회색이랄까.. 암튼 마음에 들어서 크래프지와 함께 8절 색지 몇 장을 사 가지고 와서 테스트를 해보았다.

(좌) 흰색 종이, 회색 종이, 크래프트지 / (우) 회색 종이와 크래프트지 색연필 테스트


이번에 그림을 그린 회색 종이는 클래프트 종이와 동일한 두께의 120g 종이로, 보통 내가 그림을 그리는 300g 종이보다 훨씬 얇은 종이이다. 사실, 얇아서 구겨지기 쉬운 종이라 작품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개망초를 위한 실험정신으로 그냥 그려보기로 했다. 직접 색연필을 칠해보니 색감도 좋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 크래프트지도 괜찮았지만 회색 종이에 그린 그림이 더 화사해 보였다.

개망초 스케치 위에 노란색과 초록색 색연필로만 밑색을 그려놓은 상태. 2021.5.29.
종이 위에서 개망초 꽃송이들이 하나둘씩 피어난다. 2021.5.31


종이 위의 개망초 꽃은 실제 크기와 같은 크기라서 특히 안쪽 노란 통꽃을 그릴 때에는 연필 심을 아주 뾰족하게 칼로 직접 깎아서 사용했다.

개망초 통꽃의 노란 꽃 그리는 중. 2021.6.2.
개망초 채색 중.. 2021.6.4.


사진에서는 실제 그림보다 색이 누렇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서 배경의 톤을 조금 환하게 조정했다. 초록색이 이제 제 색이 나오는 것 같다. 개망초 꽃다발 완성입니다~~!!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꽃다발 같아서 기분이 좋~다.

개망초. 2021.6.12. by 까실 (8절, 회색 종이에 색연필)


매거진의 이전글 동네꽃#32 수수꽃다리.. 라일락이라구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