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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같이 늙어가고 싶다

by 유무하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자태가 아니라
굳은 의지,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
우리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
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
그대와 나의 가슴속에는
이심전심의 안테나가 있어
사람들과 신으로부터의 아름다운 희망,
기쁨,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언제까지 청춘일 수 있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냉소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라네


'사무엘 울만'이 78세에 쓴 '청춘'이라는 시다.


난 이 시를 너무 신봉했다.

몸은 늙어도 젊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생각이 좀 바뀌었다.


삶이 조화롭지 않다.


젊은 소설가들의 신간을 찾아 읽고,

친구들이 노래방에서 '유심초'의 노래를 부를 때

나는 '너드커넥션'을 불렀고

요즘 유행하는 패션에 관심을 쏟았다.

친구나 직장동료와 관심사가 달라 대화도 잘 통하지 않는다.


속마음이야 가리고 살 수 있지만, 입고 다니는 옷은 가릴 수가 없다.


'이거 너무 애들 같지 않나?'

매일 외출할 때마다 거울을 보며 하는 생각이다.


요즘 '영포티'라는 말이 온라인에 가득하다.

심지어 '뉴스'에서까지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젊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십 대'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젊은 사람을 흉내 내며 재력을 과시하는 꼴 보기 싫은 아재'라는 조롱 섞인 말로 바뀌었다.


나도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내 마음도 내 몸처럼 빨리 늙어버렸으면 좋겠다.


그게 조화로운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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