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자격 취득기
정부에서 발표하는 각종 지표들도 우리를 아직 청년에 머물게 했다. 보통 만 34세까지는 넉넉히 청년으로 인정되었으니 결혼 후 5년 간을 젊은이로 살아도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었던 것이다. 요즘은 인구소멸위기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 기준을 만 49세(…)까지도 늘린다고 하니 괜히 지천명까지 마음이 든든해 지곤 한다.(관련기사)
자격증 취득이나 대학원 진학 등 학업에 대한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딴 건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많은 자격증에 도전했고, 회사와 병행하며 다닐 수 있는 특수대학원에 지원해 보기도 했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아내와 달리 학부 졸업에 그친 나는 딱히 공부에 재능이 있진 않지만 왠지 관련 업무 분야의 석사까지는 마쳐보고 싶은 교육욕(※주: 교육열과 다름)이 있었고, 사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리고 육아를 하게 된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하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일들이 되고 만다. 물론 지인 중 아이들을 키우며 뒤늦게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알파맘도 둘씩이나 있지만, 나와 아내는 그런 삶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디지털 노마드도 안녕이다. 브런치 구독자 몇만 명 돌파를 시작으로 초 유명작가(제발)라도 되지 않는 이상 꼼짝없이 이 땅에 발을 딛고 삶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녀를 계획하게 되면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용납의 미덕만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용납한들 해야 할 일은 해결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며, 아이는 어른으로서 우리 부부가 육아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제까지도 해결해 나갈 것을 요구할 것이다. 어쩌면 아이는 우리가 맞는 첫 번째 '완벽한 타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7년이라는 충분한 시간과 고민, 그리고 준비 끝에 아이를 맞이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어른의 길을 가보고자 한다. 내가 주인공이었던 나의 세대를 넓혀서 아이를 만나고, 언젠가 그에게 온전히 전달해 줄 새로운 세대를 살아가고 싶다. 자유로운 시간과 편한 감상들, 실현 가능했던 소수의 꿈들과 다수의 몽상들이 여전히 나를 사로잡겠지만 이들을 모두 차치할 아이라는 행복이 내게 생겼다.
“There is no path to happiness.
Happiness is the path.”
불가의 한 경구처럼, 나의 어린 시절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었던 시간이었다면 이제 내가 걷는 이 길이 행복임을 깨닫는 진정한 어른이 될 시간이다. 성격 차이나 경제적 여건 등이 아이에 이르는 과정이었다면, 어리디 어렸던 나의 삶을 포기하는 일은 아이로부터 시작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고 싶은 그 길. 우리는 오늘도 아이에게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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