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기 전 넓게 펼쳐진 꽃구경을 할 수 있는 가을꽃이 있다.
이 계절이 되면 길가에 나른히 그리고 무심히 피어 난 코스모스다. 여러 빛깔의 분홍 꽃잎이 바람에 따라 날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꽤나 힐링이 된다. 그 모습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가을엔 역시 코스모스지.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가을을 알리는 꽃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난 예전에 익숙한 이 꽃에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었다. 버스를 타다가도 간혹 볼 수 있었고 공원에 가도 잠시나마 볼 수 있었던 그런 매년 볼 수 있는 흔한 꽃. 하지만 엄마는 매년 같은 꽃을 보고도 소녀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길을 가다 멈춰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어 담아내기 바빴다. 매년 보는 꽃 뭐가 그리 예쁘다고 사진에 담는 걸까 싶었던 나는 시간이 지나 나이가 좀 더 들어보니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심지어 부모님이 메신저 프로필에 꽃 사진을 해두는 마음까지도 이해가 갔다. 요즘엔 오히려 내가 매년 만나는 꽃에 감동하여 사진을 찍기 바쁘기 때문이다.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 낸 꽃은 순수하고 아름답다. 매해 늘 그렇듯 부지런히 쉬지 않고 그 자리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벅차다. 그 꽃들이 한데 모여 한 풍경이 된 모습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하게 만든다. 각자의 속도대로 모여 피어있는 그 모습을 보면 이 아름다움을 매해 볼 수 있음에 설렌다. 올해 만날 이 계절도 기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행복도 준다. 하지만 이 꽃이 지면 올해의 계절과 작별을 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 해야 한다. 그 시간이 아까워 아쉬움이 더해지자 좀 더 오래 그 순간을 남기고 싶어 사진에 담아 두는 것이었다.
사진에 담아 둔 건 예쁜 꽃과 그날의 감정이다.
그래서 난 올해도 길을 가다 멈추고 꽃 사진을 찍는 엄마에게 핸드폰을 받아 예쁜 꽃과 함께 미소 짓는 엄마와 그날의 행복을 담았다. 형형색색의 비싼 꽃이 모인 꽃다발도 그것대로 향기롭고 아름답지만 익숙한 일상이 되어 피어 있는 꽃들도 그 나름 아름답다. 당연한 익숙함이 아닌 매해 피어나 준 꽃에 대한 고마움과 작은 행복을 찾아내어 계절마다 내 마음속 깊이 따뜻한 씨앗을 심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꽃을 매해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꽃은 오늘대로 아름다웠다.
그 마음을 사진에 한번 글에 한번 그림에 한번 담아본다.
"꽃은 언제나 아름답고 무엇이든 같이 있어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