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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욱 Aug 26. 2022

종이 빨대와 원자력 발전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최근에는 어떤 카페를 가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인다며 종이 빨대 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정통신문 맛이 난다는 종이 빨대는 평판이 좋지 않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쓴다고 해서 환경에 좋다는 것은 착각이다. 종이 빨대라고 해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만드는 데 소요되는 환경 부하는 플라스틱 빨대와 비슷하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썩지 않는 데다가 바다에 흘러들 경우, 해양 생물들의 목숨을 앗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자연 생태계에 유출되지 않도록 버려서 적절히 소각하기만 하면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


더군다나 해양 플라스틱 문제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무리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해도 환경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이다. 


고객에게 플라스틱이라는 편리한 재질 대신 가정통신문 맛이 나는 종이 빨대를 강요하면서 시즌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MD를 파는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들의 이중적 행태야말로 문제다. 


종이 빨대 문제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보다 거시적 문제로는 원자력 발전 역시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에너지 문제 역시 큰 전환점에 있다. 더 이상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화두로 떠오르는 한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원전에는 치명적 사고 위험이 따르기에 전망이 밝지 않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원자력 에너지와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를 찾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탈원전과 탄소 중립, 자립적인 에너지는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답은 찾기 어렵다. 탈원전과 탄소 중립을 동시에 추진한 독일은 에너지를 외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었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입에 대한 의존도 역시 큰 상태였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유럽의 사실상 맹주인 독일을 필두로 유럽 각국이 탄소 중립을 추진한 나머지 러시아에 빈틈을 보인 것은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석유 등의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여담이지만, 한국의 천연가스 수입량 중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5% 밖에 되지 않고 중동이 대부분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천연가스 수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었을 때,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의 가격대로 팔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듯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특정 자원에 의존하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을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안정적으로 공급을 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환경에 좋은지에 대한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발전소를 사용하는 원자력이나 화력, 수력에 비해 훨씬 넓은 단위면적을 필요로 한다. 산을 깎아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누가 봐도 주객전도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풍력 발전을 할 때 돌아가는 풍차 날개에는 새들이 희생된다. 해상 풍력 발전의 경우에는 설치되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개선의 여지가 있겠지만, 신재생 에너지가 무조건 친환경 에너지라는 생각은 착각인 것이다.


결국 결함이 없는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자력은 치명적 사고가 우려되고, 화석 연료는 기후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신재생 에너지는 안정적 공급이 가능할지 불안한 데다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국제 정세에 좌우되지 않을 에너지 확보라는 요소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어떤 에너지를 얼마만큼 쓸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종합적이고 합리적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 약품의 문제를 다루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살충제의 위험성은 과장되었고, 살충제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말라리아 등 해충이 옮기는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을 위한다는 좋은 취지가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종이 빨대도, 신재생 에너지도 얼핏 보기에는 환경에 좋아 보인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에 좋은 에너지를 쓰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선의만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을 내린다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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