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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글자부부 Jul 28. 2018

아내가 쓰는 신혼집 공사일지 (5)

건축을 하는 남자와 디자인을 하는 여자의 신혼 첫 보금자리 꾸미기


사실 제목은 '공사일지(5)' 이지만 공사에 대한 내용은 저번 편에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살면서 조금씩 손보거나 제작하는 것들이 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도비는 베란다 선반을 제작하고 있다. 그 제작일지는 남편의 공사일지(5) 에서.) 그것들은 살면서 조금씩 해나가기로 했던거라 일단 당장은 꼭 필요한 것들만 들이고 없으면 없는대로 천천히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모양을 결정하고, 자재를 선택하고 위치를 선택하고 하는 여러가지의 결정들은 의견을 조율해가며 진행했지만 집을 채워넣는 가구나 생활용품 등의 남아있는 결정들은 도비가 나에게 많이 맡겨주었다.


1. 지승민의 공기 & 이이호시 유미코

나는 그릇이나 컵 등 주방용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도 딱 필요한 그릇들만 구비해놓고 소장용으로 혹은 예뻐서 그릇을 마구 사고 있진 않다. 주부가 되고 나서는 예쁜 그릇을 보면 탐이 나는건 사실이긴 하지만 나름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며 잘 참는 중이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의 첫 식기는 아무거나 대충 사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필요한것만 사놓고 오랫동안 바꾸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하지만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가 아니다보니 어디서부터 찾아봐야할지조차 모르겠더랬다. 그래서 주부 선배인 친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평소에 그쪽에 관심이 많았던 언니는 정말 다양한 브랜드들의 링크를 마구 투척해줬다.


그 후보들을 언급해보자면

1. 폴라앳홈  2.히스세라믹  3.화소반  4.문도방  5.광주요  5.이악크래프트  6.지승민의 공기 였다.


평상시에도 언니랑 나는 좋아하는 것들의 취향이 잘 맞는 편이라 다양한 쇼핑소재들을 공유하는데, 그릇 역시 언니가 추천해준 후보들 모두 쟁쟁하게 예뻤다. 그릇을 알아보던 시기는 결혼이 정말 코앞에 닥쳤을 즈음이었고 나도, 도비도 매주 주말마다 일정이 가득가득 있어서 그릇을 직접 쇼핑하러 가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히스세라믹은 예뻤지만 직구로 사야했고, 광주요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느낌이 강하면서도 세련되었지만 우리집의 느낌이랑은 조금 안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지승민의 공기였다. 사이트에서 와이 국공기와 와이 밥공기를 보자마자 너무 인상적이어서, 찾아봤던 다른 브랜드의 그릇들이 하나도 기억이 안날 지경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우리집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양적인 감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질리지 않을 간결한 형태여서 마음에 들었고 역시나 아직까지 질리지않게 (볼때마다 예쁨을 느끼며) 잘 사용 중이다.

한 가지 단점이라고 한다면 조금 무겁다는 것, 그래서 설거지 할때 조심스럽게 다뤄줘야 한다는 점인데 예쁘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아직까진) 감수할 수 있다.


와이 밥/국공기, 실린더볼, 나팔면기, 라운드플레이트, 플랫플레이트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일품요리를 놓기 좋다.
와이 밥공기의 매력은 옆에서 봐야한다. 수저 받침대도 '지승민의 공기'
언니가 일본여행에서 사다준 이이호시 유미코 컵도 지승민의 공기와 한몸처럼 잘 어울린다.
간단히 뭔가를 비벼먹을땐 와이 면기.


2. 모벨제이

넓은 집이 아니다보니 가구는 최대한 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테이블이 꼭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우리집의 전체적인 느낌을 낮고 잔잔하게 구성하고 싶었기에 의자가 있는 큰 테이블을 놓고 싶지 않았다. 동양적인 감성이 있는 좌식의 낮은 식탁이 내 머릿 속 그림이었고 다행히 도비도 내 의견에 동의해주었다. 하지만 요즘은 좌식 테이블을 티테이블처럼 서브 개념으로 사용하고, 메인은 거의 의자가 있는 테이블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서인지 예쁜 좌식테이블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냥저냥 평범한 모양의 좌식 테이블은 꽤 보이긴 했지만 몇개 들이지 않는 가구인데다가 집에 들어오면 바로 정면에서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오게 될 테이블인 만큼 조금 무리해서라도 예쁘고 좋은걸 사고 싶었다.


그렇게 인스타그램 등을 뒤지고 뒤져 찾아낸 브랜드가 '모벨제이' 라는 브랜드였다. 주문 제작 가구였기에 당장 살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어 문의드렸더니 정말 운이 좋게도 조만간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전시 겸 판매를 하신다는 거였다. 전시 기간동안 딱 하루 시간이 되었던 날에 퇴근 후 부랴부랴 백화점으로 향했다.


모벨제이의 가구들은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정성이 느껴졌다.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만듭니다' 라는 사장님의 모토가 가장 와닿았는데, 상담을 하고 나니 더욱 모벨제이에 우리 공간의 테이블을 부탁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원목가구이기도 하고 주문 제작이 들어가는 디자인 가구이기에 우리 같은 신혼부부가 턱턱 주문할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니었지만 분명 값어치를 하는 가구를 만들어주실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오랜 고민을 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 (엎어놓은 디귿자 형태의 심플한 디자인) 의 좌식 테이블을 주문하게 되었다.


원목을 관리하는 것이 나름 번거로운 일이기에 테이블을 사용하며 우리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오일과 천 등을 택배로 보내주시기도 했다. 잘 관리해서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우리의 공간에서 깊어지길.


모두 다 모벨제이. 우리가 원했던 하드메이플의 컬러감!
지지대조차 없는 심플한 형태
앉아서 작업하기에도 딱 좋은 높이


3. 그 밖의

그 밖의 많지 않은 우리집 가구 및 생활용품들은 거의 모두 MUJI에서 구매.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잔잔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발휘중이다.


다용도실과 화장실 사이의 선반 (MUJI 구매)
침대 상판과 매우 잘어울리는 화장대 (MUJI 구매)
쇼파 대신 빈백 사용중. (MUJI 구매) 자유롭게 이동가능하고 자리를 덜 차지한다는 이점이 있다.
도비와 인연이 깊은 (연애시절 많은 도움을 주신) 꽃집 사장님께 요청드렸던 몬스테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물건들로 집을 채우기보단 '비움'이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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