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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글자부부 Aug 05. 2018

남편과 아내가 쓰는 온라인 집들이

건축을 하는 남자와 디자인을 하는 여자의 신혼 첫 보금자리 꾸미기


신혼집 공사일지 중에 소개를 잊은 부분이 있어서 부득이 온라인 집들이 시작전에 짚고 넘어가보려 한다.


(Before) 남편이 쓰는 공사일지(1)과 아내가 쓴 공사일지(4)에서 언급된 현관과 부엌사이 작은 공간


도시계획에서 폐기물 처리시설은 혐오시설이지만, 인프라의 구성상 도시에서 너무 멀리 위치시킬 수도 없는 시설이다. 가정집에선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통이 그 위치에 있다. 쓰레기를 모으는 곳이 눈에 안보였으면 하지만, 또 너무 구석진 곳에 있으면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바로바로 버리기 귀찮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기능적으로는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엌과 거실과 현관 사이에 위치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 사이라는 곳이 집의 한가운데다 보니 보기도 안 좋고 냄새도 날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심미적이고 위생적인 이유로 쓰레기통은 베란다 한구석으로 밀려나게 돼버린다.


만약, 쓰레기통을 집 한가운데에 놓되, 디자인적으로 숨기는 일이 가능하다면? 우리 신혼집의 현관 옆 작은 공간을 본 순간 떠오른 생각이었다.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흔히 쓰이는 붙박이형 쓰레기통에서 디자인을 착안하여 일반쓰레기와 분리수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디자인도 어려울 게 없었다. 흔히 보는 싱크대 문을 윗부분만 조금 짧게 달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쓰레기 투입구를 우산 걸이로 쓸 수 있다는 건 덤이다.


(After) 우산걸이 겸용으로 쓰이는 일반쓰레기/분리수거함
(After) 맨 윗칸은 쇼핑백이나 봉투들을 보관하고 그 아래에 분리수거, 맨 아래에는 일반쓰레기를 배치하였다.






집 공사 시작 시점 1월, 결혼식 3월. 현재 결혼한 지 142일.

그동안 틈틈이 담아왔던 우리 집의 사진들로 간략하게나마 온라인 집들이를 해보려 한다.


1. 현관

아쉽게도 현관의 모습은 많지 않다. 사진에 보이는 그림 판넬은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들어갔던 어느 한 거대한 문방구에서 샀던 그래픽 포스터인데, 현관의 두꺼비집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포스터 뒤에 폼보드를 붙이고 액자처럼 만들어 걸었지만 왜인지 자꾸 떨어져서 결국 지금은 허허벌판이 된 현관 벽이라는 사연이..

하지만 조만간 다시 예쁜 현관을 올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식탁을 만들어 주셨던 모벨제이에서 원형 우드 프레임 거울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예쁠지 매우매우 기대중! (도비 친구들의 집들이 선물, 감사합니다!)


100 Essential novels 라는 포스터를 걸었었던 (옛) 현관 모습


2. 주방

상부장이 아닌 오픈형 선반이기 때문에 최대한 물건들을 안 쌓아놓고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드상판은 고민 많이 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만족하며 잘 쓰는 중
친정엄마가 주신 주물냄비 소독중 (근데 저기에 요리 언제 해먹지..)
꼭 필요한 것들만 꺼내놓고 쓰기
어느 비오는 날 아침. 앤트러사이트 드립백을 내리려다가 갬성사진을 한컷.
전자렌지와 전기포트 등 싱크대에 놓기에 공간이 부족한 것들은 맞은편 선반에 정리해 놓았다.



3. 화장실

세면대와 샤워기를 일렬로 둔건 신의 한수
수납장이 세면대 옆에 붙박이로 있으면 얼마나 편하게요!
대리석 선반 위에 샤워용품 올려두기
무선리모컨이 포함된 비데 일체형 변기. 좋은 선택.


4. 거실

LP와 스피커는 도비 최애 소장품
테이블이 없었던 시절, 바닥을 식탁삼아 잘 먹었다.
티비를 달까 말까 고민했었지만...
밥도 먹고 일도 하는 소중한 좌식 테이블
시원한 타일과 시원한 수박의 조합. 캬
바닥에 비친 햇빛이 예쁘다.
해질녘 거실에서 빈백에 늘어지기


5. 침실

겨울이 지난 후, 따뜻해지고 나서 얇은 스프레드로 바꿨던 침실 이불커버.
가끔 주말엔 화장대가 식탁이 되곤 한다.
지금은 책들과 일상용품으로 가득찬 침대 밑 책장
침실 창문에 블라인드를 하지 않은 이유. 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너무 좋다.
누워서 보는 달조명



우리는 모두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서울에 있는 집,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집, 편의점이 가까운 집, 방이 세 개 있는 집, 하루 종일 따듯한 집 등등..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집을 꾸민다. 우리는 좋은 집을 갖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고 그 방법을 지키려 갖은 노력을 한다. 투자를 하고, 부동산을 알아보고, 인테리어를 한다. 그 방법론이 넘쳐나서 사람들은 그것들을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된다. 그 방법들을 게시하거나 그 방법들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것들은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만 하더라도 집을 꾸미는 방법에 대해 포스팅을 하는 부부이다.

하지만 그 방법, '어떻게?' 에만 매달리는 건 문제가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테크와 모든 디자인과 모든 시공방법을 아는 사람에게도, 좋은 집을 위해 필요한 더 큰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좋은 집에 살려고 할까. 그리고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그 목적만 명확하다면, 그 방법은 아마 우리 부부의 포스팅을 처음부터 읽지 않더라도, 모두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자녀들을 위한 집이라면 아토피에 좋은 자재들을 쓰면 되고, 어르신들을 위한 집이라면 계단 높이를 낮추면 된다. 목적만 뚜렷하며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우리 신혼집을 공사하면서 의문과 갈등 없이 쭉 나아갈 수 있던 건 그 목적이 명료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같이 고민하고 같의 동의했던 가치들이 실현된 보금자리는 또 다른 의미의 고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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