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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글자부부 Jul 31. 2018

남편이 쓰는 신혼집 공사일지 (5)

건축을 하는 남자와 디자인을 하는 여자의 신혼 첫 보금자리 꾸미기


(주의) 지금부터 보게 될 것들을 절대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요구하면 안 됩니다. 하하




마지막 신혼집 공사일지의 주제는 '직접 공사'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셀프 인테리어' 되시겠다.

사실 공사비용을 줄이는 가장 큰 방법이기도 하지만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니..) 그러한 방법론보다는, 아~ 이 친구가 이런 것까지 만들었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부터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들이 밥로스 아저씨의 '참 쉽죠?'처럼 하는 본인이야 쉽고 재미있는 거지, 남에게는 썩 친절하지 못한 설명일 수 있기 때문이다.


1. 침대 제작

가구를 제작하는 건 1. 놓을 위치를 확인하고 2. 목적에 맞게 디자인을 하고 3. 만들고 설치한다. 세 단계면 충분하다. 물론 이 과정을 모두 목수에게 맡겨도 되지만, 나름 건축업의 자존심이 '아내를 위해 침대를 만들어보자!'라고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다행히도 침상처럼 단을 올리고 단차를 활용하여 책장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일찍 잡았기에 디자인과 설계는 일찍 끝날 수 있었다.


도면이 나왔다면 그다음은 자재를 주문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시공이 끝난 집에서 합판을 톱질하면서 톱밥을 날릴 수는 없기에, 목재상에 필요한 크기로 제단을 해서 보내달라고 요청을 드렸다. 물론 제단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긴 하다.


판재와 각재의 필요한 사이즈와 크기를 요청하면 목재상에서 제단하여 보내준다. 물론 제단비는 발생한다. 제단안해주는 집도 있긴하다.


침대에서 매트리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침대와 사람의 무게를 버티는 골조이다. 계획적인 관점에서 골조, 즉 구조를 고려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구조의 안정성이고, 둘째는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안정성이야 당연히 충분히 튼튼하면서도 소요 비용이 과하지 않는 선에서(라고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에서 구성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모습으로 노출되어져 (혹은 어떤 식으로 마감을 덮어) 우리에게 보이는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책장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겠다는 목적이 있어서 쉽게 풀린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침대의 옆면을 책장 형식으로 디자인하고 나머지 면은 붙박이 형식으로 벽에 붙여버린 덕분에 내부 골조의 디자인에는 크게 고려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책장부와 침대부의 구조
침대부 상판
끝난거 같지만 끝이 아니다.


목재(가구와 인테리어 전반을 비롯하여)의 마감은 사실 상당히 지루한 작업이다. 모든 자재를 이어 붙이고 엮어서 물건을 완성시켜 눈앞에 멋진 아이가 태어났는데도 아직도 한참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열심히 대패질과 사포질을 해서 모난 부분들과 거친 부분들을 정리해주어야 하고, 오일이나 페인트 등 마감재도 칠해야 한다. 이 마지막 공정에 투자한 노력에 따라 사진으로는 볼 수 없는,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 맡아야만 알 수 있는 결과물의 레벨이 수직 상승하게 된다.


칠작업 전에는 항상 보양이 생명이다
침대부 아랫공간을 이불장으로 활용하였다. 칠한 부분과 안한부분의 차이가 보인다.
나름 결혼 선물.


2. 싱크대 간접등

상대적으로 쉽다. 혹시 아직 집에 없다면 바로 따라 해 봐도 좋다. 일단 간접등을 넣을 위치가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 집의 경우 상부 선반의 뒤편으로 3센티정도 공간이 떠있어서 설치가 쉬웠다. 확보가 된 것을 확인하였다면, 조명을 살 때 연을 맺게 된 조명가게에 다시 연락하여야 한다. LED 모듈 혹은 LED 바 둘 중 하나를 필요한 길이와 색상에 맞게 주문(그리고 알맞은 안정기도! 모르겠다면 친절한 조명가게 사장님께 여쭈어보자!)하고, 근처 철물점에서 콘센트와 전선과 작은 스위치를 구매하면 준비물은 얼추 구색을 갖추게 된다.(공구는 집에 흔히 있는 니퍼, 장갑, 십자드라이버, 전기테이프 정도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꽤 쉽다. 각 부재들이 위치해야 할 곳에 위치시켜놓은 후 (혹은 계산 후) 전선으로 이으면 된다.

보통은 바로 옆에 냉장고 콘세트가 있으니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안정기로 이어지고
스위치를 거쳐 (흥분한 초점)
짠! (참 쉽죠?)

3. 베란다 선반

선반을 고정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점은 '고정된 틀 위에 선반을 얹는다'라는 것이다. 틀을 만드는 것은 쉽게는 ㄱ자 앵글을 벽에 고정시키는 것부터 각재를 레일 형식으로 고정시키는 방법까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침대를 만들고 남은 각재들을 활용하여 틀을 만들었다.

틀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평을 맞추는 일인데, 흔히 쓰는 액체형 수평계는 그리 비싸진 않으니 하나 구매해 두는 것도 좋다.


이런식으로 벽에 수평선을 표기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으로 할 것이 가장 큰 고비이다. 보통의 베란다라면 벽면에 석고보드나 합판 등으로 마감되어 있지 않고 콘크리트 벽체에 페인트를 칠한 정도로 마감이 되어 있다. 여기에 바로 못이나 나사를 박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나처럼 목재로 틀을 짜는 경우에는 나사로 박을 필요 없이 컴프레서로 타카를 쏘면 되지만, 그나마 가정집에서 최고로 장비를 갖춘다고 해도 드릴 수준에서 끝이 나기 때문에(컴프레서... 갖고 싶다!) 거의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처럼 자신의 집을 자신이 손보는 문화가 부족한 우리나라로써는 해머 기능이 있는 드릴도 가정집엔 거의 없겠지만, 나는 갖고 있기에.. 여러분의 집에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이어 가겠다.


틀을 고정하는 방법은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니다. 구멍을 뚫고, 칼블럭(혹은 칼브럭)을 박고, 맞추어 나사를 돌리면 된다. 하지만 소음과 먼지가 가장 큰 문제이다. 해머드릴로 콘크리트 벽체에 구멍을 뚫는 일은 어마어마한 소음과 먼지를 동반한다. 먼지는 베란다의 모든 문을 닫아놓고 작업한다고 쳐도, 옆집과 윗집 아랫집으로 넘어가는 진동소음은 대책이 없다. 미리 이웃에게 양해를 구해놓거나, 아니면 출력과 모드를 약하게 맞춰 놓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온몸으로 찍어 누르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다행스럽게 우리 집은 아파트의 끝집이었고, 선반을 박으려는 벽 쪽으로는 이웃이 없었다. 그래도 불안해서 최대한 빨리 시끄러운 부분을 넘기기 위해 미리 구멍 뚫을 곳을 다 체크해두고 순식간(이라고 해도 30분 정도)에 부아앙 뚫어버렸다.


얼른 구멍 뚫고 설치한 선반의 틀
그리고 미리 제단 주문한 17.5T 두께의 합판을 얹기만 하면 끄읕!

 


새로 지은 아파트 같은 경우는 내부의 모든 인테리어가 규격화되어 관리 및 AS에 있어서 매우 유리하다. 싱크대 문이 고장 나면 현장을 확인할 필요 없이 예비용으로 쌓아놨던 문과 경첩을 가져가면 되고, 벽에 흠집이 났다면 사용했던 페인트나 도배지를 찾아서 그대로 보수를 해주면 될 일이다. 하지만 나만의 집과 공간을 갖는다는 건 그만큼 평범을 벗어나는 일이고, 그에 따른 수고가 존재한다. 편리성을 나쁘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을 가지려면 그만큼의 각오와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이쯤에서 나와 아내의 신혼집 공사일지를 마무리하려 한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같은 과정을 가지고 우리 부부는 서로 어떻게 느꼈을까 하는 점이었다. 지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아늑한 신혼집보다도, 만단위가 넘어가버린 조회수 보다도, 서로에 대해 아직도 더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아내와 시간과 글과 생각을 나누며 받게 된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배우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글들이 우리 부부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었면 한다.


P.S. 공사일지는 끝났지만 아직 온라인 집들이가 남았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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