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에세이 <그 겨울 러시아>
지난 가을 산행 중 친구 한 명이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제안했다. 러시아, 물리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가깝고도 먼 나라.
사회주의 냉전체제 이념분쟁. 아직까지도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낯선 나라이기에 여행은 생각조자 한 적 없는 곳이다. 유럽여행을 하며 몇 차례 경유했던 적이 있었지만 잠깐씩 마주했던 러시아인의 인상은 한 겨울의 시베리아처럼 차가웠던 기억뿐이다.
러시아는 광활한 대륙인만큼 도시마다 시차가 다르다. 시베리아열차의 종착역인 모스크바와 우리나라 시차는 무려 6시간이지만 블라디보스톡은 고작 1시간이다. 유럽의 감성을 품고 있는 이 도시는 우리나라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친구의 이야기에 갑작스레 호기심이 생겨 러시아에 대해 찾아보다가 시베리아 횡단열차 3등석이 곧 사라질 예정이란 기사를 접했다. 대다수의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는 ‘시베리아횡단열차’. 기차여행의 낭만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수많은 여행객과 현지인으로 붐비는 3등석을 타야한다. 봉준호감독의 <설국열차>라는 영화도 이 열차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악명 높은 인도기차도 섭렵했는데 어떤 기차든 못 타랴. 마치 자석에 끌리듯 어느새 러시아철도청 사이트에 접속해 기차표를 예매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발점은 ‘이르쿠츠크’로 정했다. 바로 한겨울의 ‘바이칼호수’를 보기 위해서다. 시베리아의 진주라고 불리는 이 성스러운 호수를 눈과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애초 2박3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된 러시아여행은 이르쿠츠크 – 알혼섬 - 이르쿠츠크 – 시베리아횡단열차 – 블라디보스톡까지 9박10일의 일정으로 완성됐다. 나의 여행은 이번에도 우연과 충동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겨울에 무슨 러시아냐며 이번에도 주위에서 걱정 한보따리 건네들었지만, 나에겐 ‘인도’가 있다. 어디를 가든 ‘인도’만 할까 싶었다. 기상정보를 보니 이르쿠츠크의 현재 기온 영하 20도, 체감온도 영하 30도였다. 열심히 방한용품 준비에 나서니 이제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한 겨울의 시베리아, 얼음왕국으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