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러시아 여행에세이 <그 겨울 러시아>

by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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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옷짐이다 보니 짧은 일정에도 짐이 한 보따리다. 늘 그렇듯 여행배낭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볍다. 시베리아항공을 이용해 이르쿠츠크까지 4시간 30분이 소요됐다. 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하는데 여느 나라에 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출국 시 카운터에서도 여권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피기에 물었더니 러시아는 유독 심사가 까다롭다 하였다. 그래서 오염이나 훼손이 없도록 여권관리에 특별히 신경 쓸 것을 강조했다.

쾅! 쾅! 입국허가도장 찍히는 소리에 다소 긴장됐던 마음이 풀렸다. 호흡 한 번 가다듬고 러시아에 첫발을 내딛었다. 저녁 8시에 도착하니 공항 내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에서 준비해온 러시아 유심으로 교체 후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어플을 켰다. 처음 사용해보는 어플도, 처음 맞아보는 러시아 강추위와 바람도 익숙치않아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때 어리바리한 이방인을 향해 하이에나처럼 택시기사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 인도여행에서처럼 또 당할 순 없다. 침착하게 ‘노’를 외치며 어플을 다시 살피고 있을 때 한 러시아여성이 무거운 카트를 이끌고 낑낑대며 내 앞으로 지나갔다. 대신 문을 열어줬더니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며 도움을 자처했다. 호스텔까지 갈 택시를 대신 불러주고 혹여나 바가지 쓸까 염려가 되는지 택시비용까지 꼼꼼히 체크해주고 갔다. 처음 만난 고마운 인연. 그렇게 러시아의 첫인상이 그려졌다.

신문물에는 흥미가 없는 탓에 종이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다니고 영어가 안 되면 보디랭귀지를 해가며 여행을 했다. 그러다보니 길을 헤맨 적이 수십 번이오, 눈 뜨고 코 베인 적도 여러 번이다. 지난날을 반성하며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구글 맵과 번역기를 사용해봤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택시 드라이버가 이런저런 질문들을 쏟아내자 당황하지 않고 번역기를 켰다. 태어나 처음 듣는 언어를 사용하는 처음 만난 이와 의사소통 되는 것이 어찌나 신기하고 기뻤던지 가끔씩 오역이 있긴 했지만 그럴 땐 웃음으로 넘기거나 눈치로 이해했다. 짧은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 새 호스텔에 도착했다. 여행 오기 전 리뷰들을 봤을 때 러시아 택시는 잔돈을 잘 안준다고 했는데, *10루블까지 정확하게 거슬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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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짐을 풀고 내일 알혼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호스텔 주인장에게 버스 예약을 부탁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고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같은 음식이여도 절대 같을 수 없는 맛. 바로 해외에서 먹는 라면 맛. 타지에 가면 유명한 레스토랑의 고급 음식보다도 난 라면이 제일 맛있다. 촌스러운 입맛 탓일 수도 있고, 가난한 여행자의 빈 속과 지갑을 위로해주기 때문이다.

배도 부르니 눈꺼풀이 스스르 감긴다. 여행을 다닐수록 불안과 낯설음이 안도감과 편안함으로 편행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쏜살같이 지나간 하루를 떠올리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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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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