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길들이기

러시아 여행에세이 <그 겨울 러시아>

by 유림
1.jpg 그 겨울 러시아_시베리아 횡단열차
2.jpg 그 겨울 러시아_시베리아 횡단열차


열차 안은 대부분 몽골인, 러시아인이었다. 초반 같은 칸을 탔던 사람들은 대개 무표정하게 창밖을 바라보거나 음식을 먹거나 잠을 청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내 잠만 자는 사람도 있었다. 책 3권, 노트북에 영화까지 잔뜩 담아온 나는 이 안에서 유일하게 바쁜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아침 7시면 기상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배꼽알람이 울릴 때면 끼니를 챙기고 틈틈이 사진을 찍고 영화를 봤다. 기차를 타고도 여전히 틈 없이 바빴다. 창문 밖 풍경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다. 여전히 어리석은 여행 중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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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행이 온전해지려면 우선 돌덩이처럼 무거운 카메라부터 벗어던져야 하는데 늘 그렇듯 가져와도 후회, 안 가져와도 후회인 이 녀석을 놓질 못한다. 이번엔 거기에 객식구까지 따라왔다. 지난 여행에 최대 후회로 남았던 삼각대까지 짊어지고 오다 보니 더 멋진 사진을 담아야겠다는 마음의 짐까지 불어나 여행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 싶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장석주 시인의 글을 보며 남은 일정은 좀 게을러져야지 마음먹었다.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이겠거니 시선을 두지 않았던 차 창 밖 풍경은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시간대 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창문 밖 설원은 마치 움직이는 갤러리 같았다.

짐짝처럼 취급받던 카메라도 다시금 제 역할을 찾아 기쁜지 연신 눌려지는 셔터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하고 우렁찼다. 그렇게 나는 또 바빠졌다. 게으름도 습관처럼 길들여야 하나보다.



4.jpg 그 겨울 러시아_시베리아 횡단열차
5.jpg 그 겨울 러시아_시베리아 횡단열차




사진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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