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에세이 <그 겨울 러시아>
기차에서 내게 처음 말을 건넨 이는 26살 대학 졸업을 앞둔 한국 청년이었다. 무작정 떠나왔다는 그 친구는 60일 동안 러시아-터키-우크라이나-러시아를 여행 중이었다. 워킹홀리데이와 세계일주가 꿈이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일단 취업을 계획 중이라 했다. 친구에게 말했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 해보라고. 아직 20대라 괜찮다고. 내가 그 나이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할 거라고.
참 쉽게 말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말했다. 내가 보낸 이십대와 요즘 이십대가 보내는 세상은 분명 달라졌을 거다. 하지만 그 나이대만 느낄 수 있는, 누릴 수 있는 것은 같을 것이다.
세계일주, 물론 삼십대에도 사십대에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라는 것은 ‘그때’를 놓치면 계속 미뤄지기 마련이다. 오늘이 아닌 내일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고, 오늘이 아닌 내일에 기댄 삶은 그 만족의 끝에 쉽사리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십대에 느꼈던 불안이 삼십대, 사십대가 된다고 사라지진 않는다. 그 불안은 다른 형태로 여전히 나를 옥죄고 괴롭히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지 않는다. 불안 속에 희망도 피어난다. 꿋꿋이 걸어야 한다.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