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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Lim Mar 23. 2020

“이 초밥을 아버지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미스터 초밥왕> 음식을 만드는 마음

   업무가 업무다 보니 점심 저녁을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음식을 좋아하지만, 초밥은 그중에서도 손꼽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최근 거의 모든 식사를 집에서 하면서 살짝 초밥 맛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초밥을 주제로 한 만화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여러 관계사가 있는 기업에 일하면서 그룹 회장을 직접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일 년에 두 번, 그룹 공채로 입사한 신입사원은 연수원 교육 말미에 ‘회장님과의 대화’ 시간을 갖습니다. 제가 입사한 이듬해인가 그다음 해(15년쯤 전 시절이라 잘 생각도 안 납니다!), 이 자리에서 한 신입사원이 질문을 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추천해줄 책이 있으신가요?”

   “음…. 최근에는 <미스터 초밥왕>을 봤습니다.”     


   이 대화가 사내방송을 통해 전파되면서 그룹 관계사, 부서별로 <미스터 초밥왕>을 꽤 많이 봤었지요. 덕분에 저도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 대학 시절 만화방에서 읽던 기분으로 다시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신입 구성원 연수 시절의 특권은 그룹 총수와 대화시간을 갖는다는 겁니다. 회장님이 꽤 가까운 줄 알았는데... 실무부서에 배치받고 나서야 '사장님도 멀다'는 걸 느끼게 되죠!^^


   대형 초밥 체인 사사초밥의 확장에 맞서 가족이 함께 세운 토모에초밥(원초밥)을 지켜내겠다고 결심한 쇼타. 15살에 도쿄에 있는 오오토리초밥(봉초밥)에 들어가 근면 성실 기반의 노오력, 재능, 그리고 여러 사람을 통한 인연 등을 바탕으로 도쿄와 전국 신인 초밥요리사 경연대회 우승을 이뤄냅니다.     


   대표적인 요리 배틀 만화입니다. 거의 초보인 상태에서 도쿄에 상경해,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인 경연대회에 출전한 쇼타에 비해 대부분 상대는 훨씬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쇼타는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연을 얻고, 자신만의 비법을 얹어 승리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점점 실력이 쌓이고, 일류 초밥요리사로 성장합니다.   

  

   초밥의 맛을 ‘달다/짜다/맵다/시다’나 ‘흡족/보통/불만’ 등이 아닌, 오감으로 산해진미를 느끼듯 화려하게 표현하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이런 맛 평가들이 발전해 ‘와인 한 모금으로 과연 그런 평가가 가능한가?’ 의심마저 드는 <신의 물방울>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스터 초밥왕의 경우 예술적 맛 표현보다는, 유명 심사위원장의 박수 여부에 더 관심이 쏠리긴 합니다.)    

 

   사실 ‘쇼타의 비법’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바로 그 초밥을 먹는 사람 향한 마음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피터 드러커 등 유명 경영학자들이 강조에 강조를 반복한 “고객가치 추구”지요. 그 기본을 충실히 지키며 진심을 담아낸 쇼타의 초밥은 ‘감동’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는 전국대회 결승전 평가자의 말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난 쇼타의 김밥을 다 먹고 나서야 깨달았다. 누군가를 위해 이 초밥을 만든 거라고,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닌 아버지였단 사실도. 쇼타의 초밥은 지금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입원한 그 아버지께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려고 만든 초밥이었던 거다. 쇼타의 초밥은 생명을 주는 초밥인 거야.”


   저는 미스터 초밥왕을 ‘고객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창출한 행복 스토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사실 '눈앞의 한 사람(독자, 인터뷰 대상자 등)을 웃음짓게 하는 글을 쓰겠다'는, 오래된 제 다짐의 요리 버전이랄 수 있겠네요!).     


   다시 십여 년 전으로 돌아가 대기업 회장이 신입 구성원에게 왜 이 만화책을 언급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저 또한 사회 초보 시절이었던 그때는 ‘우리 회장님 정말 책 안 읽나 보다’ 여겼었지요. ‘신입사원들 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나?’ 싶기도 했는데… 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15살의 어린 쇼타처럼 기업이 낯선 신입들에게 쇼타를 통해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을까요? 회사 구성원으로서 가졌으면 하는 마음가짐을 전해주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아버지를 생각하는 쇼타처럼, 그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이 만화가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밥이 대중화된 지금, 20년이 더 지난 이 만화는 초밥 만화로는 가치 없는 옛것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처음 발길을 내디뎠던 그때 기억이 희미해졌다면 다시금 꺼내 봐도 괜찮은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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