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대용량 저렴이 소고기를 사서 스테이크를 했더니 맛이 없다. 질 좋은 한우는 간을 하지 않아도 고소한 맛이 나는데 등급 낮은 소고기는 시즈닝을 해도 손이 가질 않는다. 대용량이라 이걸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하다 고기가 두꺼우니 구워먹을 수도 없고, 전기밥솥에 넣고 푹 쪄 보았다.
딱히 재료랄 것도 없이 스테이크용 소고기에 콜라를 붓고 대파, 감자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한 후 만능찜 20분. 고기가 덜 익어서 15분 더, 총 35분 만능찜 요리를 했더니 너무 맛있다. 고기결대로 쪽쪽 찢어지는 게 장조림처럼 밥도둑이다.
냄비에 옮긴 후 부족한 맛을 더해 한번 더 끓여줘도 좋다. 간이 부족하면 간장을 더해주고 너무 달다 싶으면 물을 조금 넣어주고, 무나 청량고추를 넣어주면 시원하고 얼큰하다.
막 만든 음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훌륭한 메인 메뉴다.
야들야들하게 변한 소고기를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앓는 이를 제 때 치료하지 못하신 아버지는 연세가 드실 수록 이 때문에 고생이시다. 치과를 갈 때마다 불어나 있는 예상 치료비와 예상 치료기간에 또 치료를 포기하고 마시고 그러다보니 의치까지 하시게 되었다.가족들이 서로 나서서 치료비 협찬을 자원해도 막무가내시다. 뭐하러 그런데 돈 쓰냐, 치료해봤자 이 나이에 얼마 가겠냐 하시는데 그러실 때마다 가족들은 얼마나 약이 오르고 속이 상한지. 아프셔도 병원엔 절대 안가시는 아빠 때문에 엄마는 매일 뒷목을 잡고 자식들이 쏘는 소리를 해도 아버지는 꿈쩍도 안하신다.
아버지가 편찮으셔도 병원에 가시지 않는 것은 그럴 여유없이 살아오셨기 때문이다. 일을 미루느니 건강을 미루시고, 당신 건강에 돈을 쓰느니 자식들 뭐 하나 더 먹이려는 아버지셨다. 밑 빠진 독 같은 자식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아버지는 병원에 가시는 게 영 낯설다.
그런 아버지께 잘 해야지 하면서 마음만큼 쉽지 않다. 이제 자식들 다 컸으니 좋은 음식 드시고 좋은 거 입으셨으면 좋겠는데 드시는 게 불편하시니 마음이 더 아프다.
그래서 아버지를 위해 한번더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아버지 드실거라 이번엔 짜투리 재료가 아니라 한우를 사다가 갖은 야채를 넣고 정성껏 만들어 봤다.
고기 상태를 봐가며 조리하기 위해 한꺼번에 35분 찌는 게 아니라 20분 찜요리 후에 상태봐서 15분 더 조리해줬다. 중간에 간을 한 번 보고 간이 부족하면 간장을, 단 맛이 부족하면 콜라를, 개미가 부족하면 청량고추를 넣어준다. 고기가 생각보다 딱딱해도 당황하지 마시길. 부들부들해질 때까지 푹 끓여주면 된다. 오래 끓일수록 고기에 간이 베여서 더 맛있어진다. 하지만 오래 끓일 때는 냄비로 옮겨서 물을 계속 더하면서 끓여줘야 한다.
조리 후에 다를 블로거들의 팁을 찾아보니, 소고기를 처음 삶을 때 간장을 넣지 않고 푹 삶은 후에 간장에 조려주면 오래 삶지 않아도 고기가 부들부들해지고 간도 고기 안쪽까지 쏙쏙 베인다고 한다.
그렇게 완성!
마늘과 파는 곤죽이 되어서 먹을 수 없고 뒤에 넣어준 무만 같이 담아내었다. 아버지 드릴거라 고기도 야채도 좋은 것들로 마련했는데 이상하게 짜투리 재료들로 만든 처음보다 맛이 덜하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나. 그래서 다른 블로거들의 레시피를 보며 열심히 오답기록을 남겨 놓는다.
코로나라 부모님과 외식은 커녕 부모님댁에 머물기도 조심스럽다. 대신 반찬배달을 핑계로 전보다 자주 부모님댁을 찾는다. 단, 배달만 하고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