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다보니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자꾸만 꾸르륵꾸르륵 배에서 천둥이 친다. 오늘따라 사무실은 왜이리 조용한지. 다들 모른 체 해주지만 나는 어디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 제발 진정 좀 해봐라, 이눔아!
한 동안은 순한 음식으로 속을 잘 달래줘야 겠다. 하지만 죽은 그닥. 갑작스런 한파에 뜨끈한 누룽지가 생각난다. 나란 사람, 아픈데도 먹을 게 떠오르다니 대단하다.
구수한 누룽지에 참치쌈장 하나면특별한 요리 없이도 밥 한 끼 잘 넘어간다. 누룽지엔 젓갈이나 장아치를 주로 곁들이지만 참치와 각종 야채를 된장과 고추장으로 볶아낸 참치쌈장은 속에 부담도 적고 영양소도 풍부하다. 그리고 한번에 많이 만들어 놓고 입맛 없을 때 밥 비벼 먹어도, 고기와 같이 먹어도, 급하게 된장 끓일 때 사용해도 좋다.
♧ 재료 : 참치 100그램, 양파 반 개, 대파, 애호박 1/3, 고추장, 된장
재료도 간단하다.애호박과 양파, 대파는 잘게 썰어준 뒤 참치기름과 대파를 팬에 볶아 파기름을 내준다. 불을 약하게 해야 파가 타지 않고 파기름이 충분히 나온다.
파기름이 어느정도 나왔다 싶으면 양파도 같이 볶아준다. 양파가 투명할 때까지 볶아서 양파향을 풍부하게 해준다.
그 다음 호박, 호박이 익으면 참치를 넣어준다. 귀찮으면 한꺼번에 볶아도 되지만 순서대로 볶으면 재료들 각자의 맛이 더 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된장 한 스푼, 고추장 한 스푼 넣고 마저 잘 볶아준다. 된장과 고추장을 넣으면 눌러 붙기 시작하므로 물 한컵 넣어서 적당히 졸여질 때까지 끓인다.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법도 간단하지만 밥도둑, 만능템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받는다는 핑계로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자꾸 찾게 된다. 그러다 어느 새 지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면 별다른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집밥은 밍밍하다고 느껴진다. 생물시간에 배웠던 역치와 실무율의 법칙이다.
그래서인지 개인방송이 범람하는 시대에 공영방송도 독해지기 시작했다. 얼마전 공영방송의 예능프로를 시청하는데 한 게스트가 2000만원으로 21억을 만든 사람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고 설사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공영방송에서 거르지 않고 방송될 말인가 고개가 갸우뚱이다. 다른 게스트는 집 살 생각말고 월세 살면서 주식에 투자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앞의 게스트 발언에 티브이를 꺼버렸는데 기사를 보니 그런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솔직히 두 말 보두 개인방송에서 나온 말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을 공격하는 말이 아닌 이상 자신의 소신에 따른 발언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공영방송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공영방송으로서는 억울할지 모른다. 순한 콘텐츠를 가져오면 재미없다고 욕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가져오면 공영방송의 책임을 논하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도 내 살길 찾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대자본, 기득권이 견뎌야할 무게라 하면 더 억울하겠지.
하지만 독한 음식에 몸이 못 견디는 것처럼 독한 콘텐츠에도 이미 지쳤거나 지쳐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방송사가 아닌 단기적인 손실에 어느 정도 버틸 체급이 되는 방송사는 본연의 목적과 방향을 지켜줬으면 싶다. 물론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바람일뿐. 쓸데없는 사족 한마디로 끝내자면, 방송 보고 내린 결론은 얼마 있지도 않지만 있는 주식 이제 다 정리해야 될 때인가 보다는 것. 아, 이걸 노린 건가요? 그렇다면 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