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전

오답노트

by 푸른국화

육식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Stop 아니라 Pause.

무슨 철학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소화불량 때문이다. 오피스룩 차림에 샤프하게 일 하는 척 온갖 자료를 펼쳐두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뱃 속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내 모습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게 당분간 육식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언제나 퇴근길엔 어김없이 지글지글 불 판에 구운 삼겹살이 땡긴다.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땐 뱃속에서 기름진 음식을 달라 아우성이다. 이놈아, 그럼 소화를 잘 시켜주던지!


고기 달라는 뱃속을 달래주려 참치전을 부쳐보기로 했다.


♧ 재료 : 참치캔 85그램, 양파(참치양 만큼), 다진 청양고추, 전분, 계란, 고춧가루, 후추, 두부(참치양 만큼), 김치소



참치는 체에 걸러서 기름을 빼서 준비하고 다진양파, 으깬 두부도 참치양만큼 준비해 골고루 섞어준다. 계란 하나에 전분은 계란 노른자 두개 양 정도 넣고 잘 섞는다. 반죽이 묽은데 싶은게 맞다. 너무 묽다고 전분 콸콸 넣으면 망(亡). 솔직히 망했다. 그래서 이 기록은 나의 오답노트다.

청양고추를 넣긴 했지만 칼칼한 맛을 좋아하면 반죽에 고춧가루 한 스푼 넣어도 좋다. 당근, 파, 마늘도 다져 넣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어휴, 저녁 한 끼 먹는데 이렇게 일을 벌릴 일이야? 그래서 생각해낸 꼼수가 김치소를 다져넣는 것이었다.

아직 애기입맛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나는 김치소를 다 걷어 내고 김치를 먹다 보니, 나중에는 김치소만 수북히 남는다. 수북히 남은 김치소는 청국장이나 만두전골 끓일 때 양념장처럼 넣어도 맛있고, 오늘처럼 참치전 만들 때 고춧가루와 다진 야채 대신 넣기도 좋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참치, 두부, 양파, 청양고추, 고춧가루, 김치소 약간, 후추, 계란, 전분을 잘 섞어서 반죽을 만들어 준다. 김치소와 참치에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반죽에 소금간을 하는 것보다는 찍어먹을 간장을 곁들이는 게 나을 듯 하다.



잘 섞은 반죽은 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적당한 크기로 부쳐준다. 일단 한 숟가락씩 반죽을 떠놓고 아랫면이 충분히 익었을 때 뒤집어서 뒤집개로 납작하게 눌러준다. 아랫면을 충분히 익히지 않고 뒤집으면 전이 아니라 찰떡이 된다. 마음이 급하더라도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 하지만.....너무 기다리면 홀라당 타 버린다. 나도 너무 늑장을 부려서 망(亡). 그러니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불을 줄여 줘야 한다.



전분을 너무 많이 넣고 불 조절에 실패하여 반죽부터 굽기까지 이리저리 망(亡), 망(亡), 망(亡)이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맛은 괜찮았다. 다음엔 더 잘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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