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강정

혼밥에게는 과하였던 사장님의 인심

by 푸른국화

맛있는 게 먹고 싶어서 혼자 배달음식을 시켰는데 양이 너무 많을 때가 있다. 시킬 때도 많을 것 같았는데 최소 배달요금이 있는데다 요즘처럼 힘들 때 1인 식당에서 배달까지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버리더라도 좀 많이 시켜드리자 싶어서 그냥 주문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서비스까지 아주 넉넉하게 넣어주셔서 감사하지만 난감하다. 메뉴 중에 연어사시미, 스시가 있어서 남겨두었다가 먹을 수는 없다. 기껏 먹어야 절반 정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버리려니 그것도 못할 짓이다.


그래서 우선 당장 먹지 않아도 괜찮을 음식들은 따로 덜어 두었다. 그렇더라도 스시와 연어회는 남겨 둘 수가 없다. 어떻게 하지?


일단 연어회 한점 입어 넣었더니 살살 녹는다. 두툼하게 썰어주셔서 식감도 좋다. 하지만. 한 점 먹어보니 딱 한 점이 적당할 듯 하다. 연어는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많이 먹을 수가 없다. 한 점 입에서 녹지만 먹을 수록 한계효용이 급격하게 체감하는 음식이다. 질 좋은 소고기처럼. 딱 한두점이 가장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물론 나의 취향일뿐)


횟감으로 쓰는 연어는 구이용이나 다른 요리용보다 신선하고 퀄러티도 좋아서 조리해 먹기는 아깝긴 하다. 하지만 이걸 다 먹는다면 스시는 반도 못 먹을테고 이미 효용이 떨어진 채로 남기지 못해 식사를 마치는 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한 점 맛은 봤으니 나머지는 전분 가루 입혀서 냉동실에 넣어뒀다. 무지하게 아깝지만 다음을 기약하자. 먹어본 봐로는 신선한 생선일수록 튀겼을 때도 맛있다. 호주에서 피쉬앤 칩스가 맛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멀리 호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횟집 튀김이 유난히 맛있는 이유가 있지.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였던 연어를 밥 반찬 연어강정으로 만들어 보았다.


- 재료 : 연어 사시미 크기로 8-9개 정도, 후추, 소금, 감자전분, 양파, 청양고추, 굴소스


연어강정을 만들기 위해 연어회를 일부러 시킬 만한 메뉴는 아니다. 마트에서 횟감용 연어를 샀다가 다 못 먹고 남았을 때, 연어회가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다 못 먹을 것 같을 때 소금, 후추 밑간해서 전분가루 입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남은 연어를 소금, 후추로 밑간해서 전분가루를 입혀둔다. 굴소스에 한번 조릴 것이므로 소금은 아주 소량만. 하지만 굴소스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간이 맞게 밑간을 해준다. 전분가루는 앞뒤 적당히 입히고 튀기기 전에 한번 털어준다. 치킨 튀기듯이 아주 꼼꼼하게 입혀줄 필요는 없지만 전분을 입혀주면 연어의 느끼한 맛이 살짝 잡히면서 튀겼을 때 고소해 진다. 전분 입힌 연어는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센불에 튀겨준다. 타지 않도록 불을 줄이는 게 아니라,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서 센불에 튀겨야 겉바속촉으로 튀겨진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지면 양파와 청양고추를 같이 볶아준다. 양파가 너무 물러지지 않고 아삭한 식감이 남을 정도로 매운 맛만 날려준다는 기분으로 볶아준다.



그리고 굴소스 한 스푼 넣고 눅눅해지기 전에 빛의 속도로 섞어준다. 골고루 섞이지 않더라도, 살짝 뭍혔다 싶을 정도라도 충분하다.


배달어플의 최소주문료가 가끔 혼밥러들을 서럽게 할 때가 있지만 배달수수료를 내야하는 사장님들 심정을 생각해보면 철없는 응석일 뿐이다. 최소주문료 채웠더니 혼자 먹기 과한 양이라도 사장님 정성을 생각해서 버리지 말고 슬기로운 방법을 찾아 공유하는 건 어떨까?


혼밥러들은 이렇게 남을 걱정부터 하게된다. 그러니 "혼밥"이란 단어에 무조건 측은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 다음생엔 미모도 학력도 딱 20프로씩만 삭감하고 대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을 주겠다고 하면 나는 No, 나는 싫다. 10프로씩만 가져가겠다고 해도 그닥 남편과 바꾸고 싶지 않다. 결혼한 삶을 비하하거나 비혼에 대한 근거없는 우월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내게 없는 것이 아쉽지 않을 만큼 내가 가진 것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다른 삶과 바꾸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나는 아쉬울 것 없고 내 삶에 만족하는데도 동생만은 착한 여자 만나 결혼을 했으면 좋겠고 조카도 생겼으면 좋겠다. 요즘들어 일 재미가 붙어서 일밖에 모르는 동생이 대견하고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하다는 생각이 드니, 나는 참 이기적이다. 그러니 나를 향한 어른들의 잔소리가 이해는 된다. 내가 동생을 보는 그런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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