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언어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면서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또 생각보다 많다. 그렇게 자기 마음을 읽어달라고 들이 미는 것 몹시도 부담스럽고그래서 애써 읽기를 거부한다. 소심한 복수, 소심한 반항이다.
- 전화를 했더니 여기 오면 전부 해결되는 것처럼 약도에 주소까지 찍어 주더니, 아무것도 못 해주면서 약도는 뭐하러 보내고 주소는 왜 보내주냐고. 전화 받을 때 내가 뭘 원할지 충분히 물어보고, 그게 아니면 헛걸음 안 시켜야지. 여기까지 왔는데 처벌은 못한다 하니 내가 그냥 집에 갈 수는 없잖아.
요는, 상담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권리구제 받는 방법과 담당기관을 알려주며, 친절하게 약도와 주소까지 문자로 보내줘서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담당기관에 가서 당사자 처벌해 달라고 했더니 처벌기관이 아니라서 처벌은 불가하고 권리구제절차는 밟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는데 권리구제 그딴거 필요없고 본인은 처벌을 원하는데 안된다고 하니 억울해서 우리 기관으로 왔다고 한다. 우리기관은 그 담당기관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을 뿐인데 뭘 도와드려야 하냐니까 아무것도 못하는거 아는데 그냥 가려니까 억울해서 여기 찾아왔단다. 우리 기관에서 가능한 권리구제 방법을 고민고민해서 안내를 하니 그런건 필요없고 당사자 처벌을 해달라는데. 우리기관의 권한도 아니고 당사자를 처벌하려면 처벌 대상 행위와 처벌규정이 있어야 한다니까 아는데 여기까지 헛걸음한 게 아까워서 왔다고 한다.
아, 그러니까 샌드백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나 보네.
그런데 저한테 왜?
인간 샌드백을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노니, 애꿎은 희생양을 찾지 말고 그대 부디 요리를 배워보세요. 이왕이면 재료손질부터 본인이 직접 하시며.
큼지막한 고기나 생선을 시원하게 한번 내리쳐 보시죠.
<고등어무조림>
♧ 재료 : 살이 잘 오른 고등어, 감자, 무, 호박, 대파, 다진 마늘, 생강, 고춧가루, 된장, 국간장, 맛술, 신김치 있으면 조금(없으면 생략)
일단 고등어를 쌀뜬물에 담그고 시작한다. 감자 한 개, 무와 호박도 큼지막하게 썰어 감자양 만큼 준비해서 다시마물에 한 번 끓였다. 감자와 무는 익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고 잘 안 익기 때문에 깊은 냄비에 한 번 끓여서 사용하니 편하고양념도 잘 베었다.
감자, 무, 호박이 끓는 동안, 그리고 고등어 핏물이 빠지는 동안 양념장을 만든다. 간장 두 숟가락에 생강큐브 두개를 불린 후, 다진 마늘 한 숟가락, 고춧가루 세 숟가락, 된장 1/2 숟가락을 넣고 데작데작 잘 섞어준다.
한 번 끓여낸 감자, 무, 호박을 깔고 신김치 조금 얹은 후 감자 등 끓여낸 다시마물을 붓고 양념장 풀어 끓여준다. 양념장은 절반만 국물에 풀고 절반은 남겨둔다.
감자와 무가 푹 익으면 고등어를 넣고 고등어 위에 남은 양념장을 얹어 잘 조려준다. 국물을 끼얹어 고등어살 위의 양념장도 잘 스며들게 끓여줘야 한다. 고등어가 충분히 익으면 국물은 원하는 만큼 조려주면 된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국물이 자작한 조림도 나쁘지 않다.
요리에 집중하다 보면 억울한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사라지고 이내 딱하다는 마음만 남는다.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 내 말 좀 들어달라는 마음이겠지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마음의 표현이 잘 못 되었다.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과 공무원은 인간 샌드백이 아니다.
걱정없는 철밥통이니까 그 정도 괴롭힘은 안락함의 대가인가요? 아니요, 당신들의 부당한 대우로 결국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진짜로 도움이 필요한 민원인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