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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약대신 권하는 허브차

독일에서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는 것

by 조희진

소시지와 맥주. 독일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먹거리이다. 그렇지만 사실 독일 남서부지역은 화이트와인 리즐링(Riesling)으로도 유명하다. 은근히 작지 않은 땅덩이라 지역별로 각 문화가 명확하게 다르다. 각 동네별로 그들만의 맥주가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흔히 아는 바이스부어스트(weißwurst, 하얀 소시지)는 남부지방 바이에른의 문화이고 함부르크가 있는 북독일은 마체스(Matjes, 청어절임), 동쪽 지역은 센프아이어(Senfeier, 삶은 계란에 겨자소스)와 같은 과거 동독 음식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전 지역을 통틀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허브티이다.


감기, 몸살, 근육통, 두통, 피로함 등 다양한 이유로 잡기 힘든 병원예약을 잡고 몇 주를 기다려 의사를 만나고 오면 10명 중 9명의 의사는 약대신 같은 처방을 내려준다. "차를 많이 마시고, 간단히 운동하고 푹 쉬세요." 독일 병원에서 약처방 안 해주는 것이야 한국인들 사이에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혹여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면 꽤나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의사들이 약처방 대신 해주는 것은 아픈 증상과 관련된 허브차를 알려주는 것이다. 심지어, 기본적인 감기나 인후염, 소화불량, 근육통 등은 이미 그 병명 이름이 붙은 허브차가 여기저기서 팔기도 한다.


영국에서 살 때에는 영국사람들이 정말 차를 많이 마시는 것이 그렇게까지 놀랍진 않았다. 홍차의 나라로 유명한 곳이기에. 영국 중부출신 친구는, 자기 엄마는 하루에 홍차를 17잔 마신다며 진짜 중독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 살기 전까지 독일이 이렇게 허브티에 진심인 곳인지 몰랐다. 매일 허브차를 마시며 모든 병의 치료를 차로 시작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나도 살다 보니 자연스레 차를 많이 마시게 되고 특히나 3달 정도 되는 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춥고 습한 곳에서 따뜻한 차로 속을 달래고 추위를 나는 꽤나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서는 추우면 외출 전 한 겹 더 입을 생각을 했다면 이곳에서는 추우면 어디 뜨거운 차 한잔 파는 곳부터 찾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익숙한 카모마일, 페퍼민트를 주로 마셨다면 이제는 종류의 폭이 넓어졌다. 많이 소비되는 만큼 여기저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며 종류도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늘 주방 선반에 있는 차 종류는 브렌네셀(brennesseltee, 쐐기풀차), 펜쉘티(Fenchel, 펜넬), 펜넬과 큐민이 같이 들어간 펜쉘 큐민티(Fenchel Kümmel)가 있고 감기차, 기침차, 목감기차도 약대신 가득하다. 허브가 치료약재로 쓰이는 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하다. 한국은 특별한 약처럼 생각해 깊고 진하게 일정기간 동안 달여먹는다면 유럽은 일상생활에 부담 없는 차로 매일 마신다는 복용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독일의 유명한 술 예거마이스터(Jägermeister) 역시 기원은 약으로 시작되었고 아직도 나이 드신 어른들은 소화제 겸 혹은 감기증상이 있을 때 드시기도 한다.


슬슬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매일 1리터 이상의 차를 마시다 보니 점점 다양한 차를 찾고 있다. 슈퍼에만 가도 수십 가지 종류가 있지만 온라인에는 일반 슈퍼에서 볼 수 없는 더 많은 종류의 효능도 세분화되어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발견했다. 역시 무엇이든 초보에서 깊이 들어갈수록 세상은 넓어지고 소비는 커진다 하였던가. 암튼, 독일에서 혹시 겨울에 이유 없이 아프신 분들, 비타민D에 허브차 챙겨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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