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첼의 지극히 주관적인 추천
이 세상에 모든 맥주는 맛있다. 다만 더 맛있는 맥주만 존재할 뿐!
이란 글을 최근에 읽었다.
내 생각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내가 위의 문구를 바꾼다면 이렇게 바꾸겠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생맥주는 관리만 잘하면 어느 정도 다 맛이 있는데, 맥주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심지어는 맥주 관리를 해야 하는 건지도 몰라 방치하면서 맥주를 판매하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생맥주에 한하여 말하는 것이다. 병맥주나 캔맥주는 일단 오늘 이야기에서 논외로 하겠다.)
우선 최고 존엄 맥주집 TOP4를 말하기에 앞서, 선정기준을 말하겠다.
첫 째, 위생과 유통기한 관리! 맥주는 음식이다.
맥주는 음식이기 때문에 상한다.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기 때문에도 있지만, 맥주에는 탄수화물,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온에 오랫동안 방치하면 상한다. 그래서 생맥주는 탭과 맥주가 통과하는 튜브를 비롯해서 많은 부분을 청결하게 유지시켜야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맥주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향과 맛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생맥주의 회전율도 상당히 중요하다. 맥주가 잘 팔리지 않는 곳들은 맥주 맛이 변하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판매를 한다. 도수가 4~5도 정도 되는 일반적인 생맥주들은 상온에서 3일 정도 되면 맛이 확실히 변한다. 일주일 정도가 되면 신맛이 나거나 쿰쿰한 맛이 난다. 그런 맥주를 마시면 다음 날 반드시 배가 아프다.
둘째, 따르는 사람의 숙련도
맥주가 다 똑같지 어떻게 따르느냐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다르다. 물론 맛의 차이가 맥주와 소주의 맛처럼 드라마틱하게 다르지는 않지만, 숙련자와 비숙련자가 같은 맥주를 따랐을 때 맛이 상당한 차이가 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거품의 비율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에, 확실히 차이가 난다.
셋째, 맥주에 대한 애정과 정성
얼마 전 시청한 골목식당에서 멸치 국숫집 아주머니가 자기는 멸치국수를 안 좋아한다는 발언을 해서 백종원 대표를 비롯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있었다. 나 또한 그 방송을 보면서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멸치국수를 어떻게 팔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맥주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맥주를 관리하고 따르고 서빙하고 손님의 반응이 어떤지 살피는 과정에 정성을 쏟아야만 맥주의 진정한 맛이 나온다. 어머니의 된장찌개를 생각해 보면 공감할 것이다. 그런 정성이 깃들여져야 한다. 맥주는.
논현역 서초동 방면 주택가에 우리나라의 탑클래스 푸어러가 은둔하고 있다. 플레이볼의 사장님으로 말씀드리자면 하이네켄 스타서브 대회(하이네켄에서 주최하는 푸어링 대회)에서 전국을 제패하고 세계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신 분으로서 자칭 타칭 전문 비어 푸어러이신 것이다. 굉장히 시크한 매력이 츤츤하신 사장님이 따라 주는 맥주를 마셔 보면 내가 왜 따르는 사람에 따라서 맥주의 맛이 달라진다고 하는지 경험을 할 것이다. 이곳에서 하이네켄과 기네스를 마셔 본 사람은 내가 장담하건대 '지금까지 내가 마셨던 맥주는 무엇인가'에 대한 인생의 회의감과 자책감이 동시에 밀려올 것이고, 당분간 다른 곳에서는 맥주를 마시지 못 하는 맥주 절름발이가 될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더 이상 글을 내리지 않아도 좋다. 여기서 읽는 것을 멈추고 지금 당장 플레이볼로 달려가라. 나에게는 감사하다는 댓글과 구독 정도면 충분하다.
서울대생들의 단골집 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곳 링고는 서울대 녹두거리에서 20년이 넘게 탭하우스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곳으로써, 서울에서 둘째 가라면 서울대생이 연고대와 비교당하는 것만큼이나 서러운 그런 곳이다. 당신이 맥주를 좋아하는 재수생이거나 편입을 고려하는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이곳을 가라, 수능을 다시 봐서라도 서울대를 가야하는 뚜렷한 목표가 생길 것이다.
사실 이곳은 맥주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곳은 일본 가정식을 판매하는 곳이다. 나도 처음에는 집 근처에 있는 이곳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 위해서 들렸다. 대체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인상적이었는데... 맥주 가격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무튼, 음식을 기다리면서 생맥주 한 잔을 마시는 순간! 이게 웬걸! 이 맥주 어디서도 마셔 본 적이 없는 맛이었다. 가격을 보면 분명히 국산 맥주인데 카스와 맥스는 절대 아닌 맛. 도대체 모르겠어서 무슨 맥주냐 물어보니 역시나.. OB프리미어라는 대답! 맞다. 나는 OB프리미어의 진정한 맛을 몰랐다. 왜냐하면 판매하는 곳도 별로 없을뿐더러, 국산 생맥주를 제대로 관리하는 집은 더 드물다. 그러니 제대로 관리된 OB프리미어를 마셔 봤을 리가 없다. 500ml 한잔에 3,000원. 이 곳은 나고야의 한 적한 이자카야로 이어지는 스페이스 웜홀이다! 일본인 사장님이 운영할뿐더러 나고야에서 마신 완성도 높은 기린 나마비루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곳은 일본이다. 나마비루랑 일본 가정식 먹으러 잠깐 일본 좀 다녀올게~라며 강력한 메소드 상황극이 가능한 곳. 서울 군자동에 위치해 있다.
맥주를 좋아하는 세종대생들은 서울대생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들의 지역에 마리모를 포함하여 바로 이곳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알고탭하우스. 이곳은 생맥주 위주로 판매를 한다. 그것도 국내 수제맥주 브루어리의 맥주들을 위주로 판매를 한다. 그래서 평소에 마셔보기 어려운 국내의 다양한 맥주들을 좋은 퀄리티로 마셔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가 주변이라 가격이 합리적이다. 알고탭하우스의 사장님 역시나 생맥주라인과 탭의 청결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다. 닦고 닦고 또 닦으신다. 맥주를 다루는 정성이 굉장히 인상적인 곳!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학생들은 비싼 수제맥주 안 마신다, 맥주 맛을 모른다. 그래서 대학가에는 제대로 된 크래프트비어 펍 차려도 안된다.' 하는 사람들은 반성했으면 좋겠다. 이곳은 수제맥주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곳에서 당당히 성공하고 있다. 알고씨부래라 (알고탭하우스의 슬로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