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때문인지, 맥주를 한 모금 음미하고 그 맥주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특정한 그림이 그려진다. 물론 그 맥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조금은 있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서만 그려지는 맥주의 이미지를 글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이름하야!
맥주로 문학하는 소리하고 있네
#1. Rogue 헤이즐넛 브라운 넥타
한 낮 그리고 카페.
그녀는 은은한 헤이즐넛 향으로 가득한 잔을
가벼이 쥐었다.
짙은 브라운 빛이 감도는 맥주를 부드럽게
한 모금 넘긴다.
미간을 살짝 찡긋, 불편해서가 아니다.
헤이즐넛 향과 기분 좋은 알코올의 향이 더해진 풍미가 차오른 게다.
가벼이 잔을 내려놓고 한껏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자신의 맥주를 응시한다.
한 낮 그리고 카페. 커피로 채울 수 없는 여유를 발견했다.
#2. Kona Brewing 파이어 락 페일 에일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일렁이는 석양 아래로
하와이안 서퍼들이 뭍으로 빠져나올,
사무실 안 직장러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그런 시간. 오후 6시 45분
쳇!
그들과 우리가 다를게 뭐람.
오늘 하루 남은 시간을 위로해 줄 시트러스함과 달달구리한 맥주가 필요한 시간이다.
#3. Monteith's Crushed Apple CIDER
<시놉시스>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김태리.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청록색 나뭇잎을 우러러본다.
청명한 하늘 중턱 어딘가에 걸려 있을 태양의 낯빛이
나뭇잎 틈바구니를 비집고
그녀의 하얀 얼굴 위로 흩뜨려진다.
잘 읽은 아오리 사과를 집어 들어
허벅지로 슥슥 닦아내고 한 입 크게 베어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