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만으로 완성되는 독서는 없다
연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새해 다짐 1위는 아마도 ‘다이어트’ 또는 ‘운동’ 일 것이다. 그리고 ‘독서’라는 단어도 다섯 손가락 언저리에 낄 것이다.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다. “난 올해 1백 권의 책을 읽겠다.”는 식의 독서계획을 잡는 사람들이다. 실행한다면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독서역량과 독서시간을 계산해보고 세운 목표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개인적인 기준을 가지고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보겠다. 굳이 이런 이야기부터 꺼내는 이유는 독서를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고, 막상 책을 펼치면 막막한 사람들에게 나름의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여가시간에 놀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놀 것 다 놀면서, 한 해에 읽는 책은 대략 50권이다. 한 권의 책이 약 400페이지로 이뤄진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내가 보통 한 시간에 40페이지를 읽는 속도니, 한 권에 약 10시간이 소요된다. 50권이면 500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또 하루는 24시간이지만, 경험상 하루 종일 독서만 한다고 해도 최대 집중해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약 10시간이니, 일 년 365일 중 약 50일은 독서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독자들도 이런 자신만의 독서역량 계산이 필요하다.
독서역량 계산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한 시간에 몇 페이지를 읽는지 확인해보자. 한 시간 뒤로 알람을 맞추고 책을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책의 활자, 간격, 페이지당 글자 수 등에 따라 다르지만 몇 권을 읽으며 시간을 확인해보면 대략적인 한 시간 동안 읽을 수 있는 평균 페이지수를 알게 된다.
한 시간 동안 읽을 수 있는 페이지 수가 나오면 어떤 책이든 읽기 전에 총 페이지수를 확인해 나눠보면, “아, 이 책을 다 읽으려면 총 몇 시간이 걸리겠구나”라는 답을 얻게 된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아침과 저녁 총 2시간이니, 이 책을 다 읽는데 총며칠이 걸리겠구나”라는 답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런 방법이 책 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초보자에게는 목표지점을 분명히 알려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평소 달리기 연습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마라톤에 참가했다고 가정해보자.
42.195km를 달려야 한다는데, 과연 그 거리가 내가 완주할 수 있는 거리인지, 또 뛰고 걷고를 반복해서 완주를 한다면 몇 시간이나 걸리는 도전인지 등의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감은 점점 증폭되어 결국 얼마 달리지도 않고 포기하는 결과를 내기 쉽다. 이때, “아, 내가 한 시간에 10km를 달리는 속도니, 완주하려면 약 4시간 20분이 소요되겠구나”라고 계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불안감을 잠재우고 묵묵히 도전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 역시 목표지점과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 계산이 있다면 실행 중에 힘들어 포기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미리 겁먹고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성공적인 독서 역시 '다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최소한 읽고자 하는 책의 완독을 위해서는 몇 시간이 걸리는지 정도의 계획은 잡고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