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 독서가 길어질 수 있다
심리학 용어 중에 ‘공개 선언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타인 앞에서 공개하면 그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학 원리를 잘 이용하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여러 자기 계발 서적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이나 말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란 행동에 앞서 생각이 있고, 생각이 표현되며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누구나 타인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지 않은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표한 자신의 결심을 이루지 못했을 경우 맞닥뜨리게 될 타인의 평가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이유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시 감내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나 이제 책을 한 달에 두 권씩 읽을 거야”라고 누군가에게 공개 선언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직접 경험한 독서 노하우를 떠올리다 보니 이런 심리학 효과와 비슷한 독서 장치가 있어 소개하기 위함이다.
나는 독서를 위해서는 여러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데,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장소’다. 어떤 장소에서 책을 읽는가는 독서를 시작하는 초보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흔히 독서를 한다고 생각하면 ‘책’과 ‘나’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안에 ‘장소’라는 요소를 적절히 설정하지 않으면 목표한 만큼의 독서를 이루기 어렵다.
나는 주로 책을 눈치보며 읽기 위해 커피숍을 찾는다. 물론 나만의 습관일 뿐, 반드시 커피숍을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장소에 대한 고려와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이 더 나은 독서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커피숍은 많은 사람들이 들르는 대표적인 장소다. 이런 커피숍에서 책을 펼쳐놓고 있으면 우선 스스로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어폰을 꼽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사람, 혼자 또는 지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사람, 카운터의 직원, 심지어 창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런 사람들의 시선을 빌려 나의 독서 목표를 달성하는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나의 지적인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고 스스로 상상해보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한번 시도해보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며 곁눈으로 주위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조금씩 훔쳐보면 의외로 나의 모습에 잠시라도 눈을 돌리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눈빛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말자.
다만 그 사람들이 분명 내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 나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느끼기 바란다. 그런 이유로 20분 읽다 몸이 근질근질해 잠시 일어나려던 자신을 붙잡고 40분, 60분을 참고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릴 적 엄마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경험이 이다면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효과적인 장소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선 커피숍부터 시작해보기 바란다. 커피숍 선택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는 주인이 직접 운영하거나 고정 알바가 있는 동네의 작은 커피숍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주변의 손님이나 창밖의 사람들은 한번 보고 스쳐가지만 인적이 드문 단골 커피숍의 주인이나 고정 알바는 매번 책 읽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불특정 한 일회성 시선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상대에게는 자연스럽게 내가 ‘항상 책 읽는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고, 나 역시 상대의 인식 속에 ‘책 펼치고 집중 못하는 사람’으로 비치기 싫어질 것이다. 주의가 산만해 돌아다니면 상대가 실망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과 함께 스스로에게 좀 더 앉아 독서를 해야만 하는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단, 동네의 작은 커피숍의 경우 특히 주인이 직접 지키고 있는 시간에는 2시간에 한번 정도는 음료를 다시 시키거나 빵과 같은 사이드를 추가로 주문해 주는 것이 좋다. 아무리 시선을 느끼기 위해 찾아간 단골 커피숍이라고 해도 음료 하나를 시켜두고 몇 시간씩 죽치고 않아있는 사람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법은 커피값이 꽤 나올 수 있다. 때로는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책값의 두배가 넘는 커피값을 써버리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독서는 분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몇 번의 커피숍 활용을 통해 나름의 습관이 생기면 그 이후에는 굳이 커피숍을 고수하지 않아도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저렴한 방법들도 찾게 된다.
예를 들어 주변의 공원 밴치나 공공도서관의 열람실을 이용해 보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쯤 되면 “무슨 책을 읽으려고 이런 짓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라도 해서 독서의 습관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일정한 독서량을 달성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만큼의 '노력'과 '비용'을 들일만큼 독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