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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Jan 31. 2021

개가 호강하네

소망아, 언니가 딸기 사줄게

1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다시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와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주말이면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평일에 늦게 퇴근하는 날도 많았고 매서운 겨울 날씨 때문에 산책을 자주 나가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쉴 때마다 열심히 산책을 나갔다. 사실 산책을 핑계로 주전부리를 사러 나간다. 붕어빵, 호떡, 옥수수, 뻥튀기,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등.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요즘은 사는 낙이 없다. 만사가 귀찮다. 이럴 때 먹는 낙을 채워야 평일에 힘내서 돈을 번다. 만들기는 귀찮으니 열심히 배달 앱을 뒤진다. 보통 내가 시키는 메뉴는 떡볶이, 남동생이 시키면 피자, 아빠가 시키라고 할 때는 쟁반짜장이다. 뭐가 됐든지 먹고 나면 약간 속이 느글느글해진다. 후식으로 과일을 먹어야 깔끔하게 식사가 끝난다.


평일에는 입맛이 없다. 좋아하는 딸기도 한 두 개 먹으면 끝이다. 가끔씩 입맛에 맞는 음식이 나오면 두 그릇씩 먹지만 계속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적당히 먹는다. 먹는 것은 좋은데 살찌는 느낌은 싫다. 반면에 소망이는 언제나 잘 먹는다. 자기가 살이 얼마나 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겨울마다 새 옷을 산다. 작년에 큰 마음먹고 해외직구로 사준 패딩이 안 맞는다. 사람이라면 크게 자각할 텐데. 


토요일 산책 겸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동생은 김밥집에 가서 포장 주문하고 개 두 마리와 밖에서 기다리는데 맞은편 과일가게에서 딸기를 팔고 있었다. 가서 보니 며칠 전 아빠가 농장에 가서 사 온 것보다 저렴하고 더 맛있어 보였다. 

"소망아, 언니가 딸기 사줄게." 혼잣말이 너무 컸다. 
사장님이 "개가 딸기를 먹어요? 파는 나도 못 먹는데. 개가 호강하네."
"네, 귤이나 사과도 조금씩 주면 잘 먹어요."라고 했더니 귤을 들고 와 소망이에게 주었다.
소망이가 너무 잘 먹어서 귤도 한 박스 샀다.


집에 와 김밥과 쫄면을 먹고, 조금 있으니 배달시킨 과일이 도착했다. 다 맛있었다. 미식가인 소망이가 맛보고 산 귤이라 더 맛있었다. 직접 맛보지 않아도 이제 개 표정만 봐도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이 구분된다. 희망이는 더 까다로워서 조금 덜 맛있으면 아예 입도 안 댄다. 애들아 뭐든지 잘 먹고 즐겁게 건강히 오래 살자.


통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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