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시키기
TV를 보면 똑똑한 강아지들이 참 많이 나온다. 척하면 척이다. 주인 말을 다 알아듣고 행동이 재빠르다. 신통방통하다. 반면에 우리 집 강아지들은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그 세상 어느 개들보다 충분히 사랑스럽고 귀엽다. 그렇다고 마냥 오냐오냐해서는 안되고 적당한 통제와 훈련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강아지한테도 혼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는 처음부터 영리하고 똑똑했다.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앉아. 엎드려. 기다려. 먹어. 손"을 알았다. 욕심에 “빵야!”를 가르쳐 보려고 했다가 포기했다. 거기까지 안 해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것 같다. 꾀돌이다. 기억력은 어찌나 좋은지. 개껌을 먹다가 나중에 먹으려고 집안 이곳저곳에 숨겨놓는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알아서 잘 찾아먹고, 없을 때는 앞발로 간식 서랍을 열어달라고 한다.
소망이는 "앉아. 기다려. 먹어"만 알다가 최근에 간신히 "엎드려"를 배웠다. 문제는 "앉아"랑 헷갈려할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다. 마냥 해맑다. 그래도 생존에 필요한 것은 느낌으로 다 안다. 누가 간식을 주는지. 산책 나갈 것 같으면 어찌 알고 달려온다. 못난이를 내보이면서 웃고 엉덩이를 씰룩씰룩한다. 귀요미다.
설날 연휴를 맞아 푹 쉬고 있다. 햇살 좋은 낮에는 강아지들과 산책을 했다. 여유를 즐기고 기다리는 자세를 배운다. 어느 정도 신나게 놀다가 소망이는 앉아서 따뜻한 햇살을 느낀다. 그렇게 꿈쩍하지 않다가 다시 힘차게 걷는다. 희망이는 놀고 싶지만 같이 기다려준다. 예전에는 서로 가고 싶은 방향이 달라서 맞춰주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두 마리가 함께하는 방법을 익힌 것 같다. 똑똑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 재밌게 의지하면서 그냥 건강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