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부침개 한 접시
아침부터 현관 벨이 울렸다. 평소에 택배와 배달음식은 문 앞에 놓고 가는데?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혼자라서 무서웠다. 강아지들이 짖는 바람에 인터폰으로 말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현관 안전 문고리를 채우고 문을 열었다.
옆 집 아주머니였다. 현관문을 열자 우리 집 강아지들은 산책 나가는 줄 알고 신이 났다. 정신없는 통에 부침개 한 접시를 주셔서 감사히 받았다. 따뜻하게 김이 올라오는 부침개. 오징어와 부추가 가득 들었다. 양도 많아서 아침, 점심, 저녁에 걸쳐 조금씩 나눠먹었다. 뭐라도 해 드리고 싶은데... 고민하다가 쇼핑백에 편지와 과자를 담아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희망이, 소망이를 볼 때마다 예뻐해 주신다. 소망이도 그걸 아는지 옆집 아저씨를 보면 배를 뒤집고 좋아한다.
혼자 집에 있어도 참 바쁘다. 조금씩 소소하게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아침, 점심, 저녁 전후로 세 번 산책을 나간다. 왔다 갔다 하는 횟수가 많다 보니 마주치는 이웃들도 많다. 다행히 우리 강아지들을 싫어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 인터넷 뉴스를 보면 입주자들끼리 사이가 안 좋은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복이다.
그래도 좀 여유가 있으면 희망이, 소망이 데리고 시골 가서 조용히 살고 싶다. 혼자 가면 조금 무섭고 외로울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