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와다 요코의 '경계에서 춤추다'
파이 이헤이헤. 혀가 알고 머리가 기억 못하는 이 말은 무얼까. 어디서 온 것일까. 파이 이헤이헤.
한동안 혀는 그 말을 공중에 던지고 들여다보고 파안대소하기도 했는데.
나는 오늘 파이 이헤이헤했어. 스트로브 잣나무 바늘 끝에 서리가 '타마'처럼 꿰여 있어서.
그 빛나는 설형의 문자들. 나는 그것을 고스란히 훑어내 목에 걸 수 있을까. 팔에 허술하게 두를 수 있을까.
타와다 요오코의 '경계에서 춤추다'에 의하면, '타마'는 구슬이자 알이야. 불과 결합된 '타마'는 몸의 정교한 기관, '황금의 타마'가 된대. 오늘 나는 그 '황금의 타마'를 잣나무 끝에서 보았어.
파이 이헤이헤했어. 이른 아침 길을 걷다, 나무를 전지하는 공원관리사를 만났으니까. 거대한 전지가위로 잘라낸 나뭇가지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일으키는 파란 내출혈.
그것도 흡흡했지만, 가지 끝에 맺혔던 '타마'들이 지나가는 내 이마에 튈때, 파랗고 신비한 욕조에 머리를 담근 듯했어. '폐'가 멈췄다가 다시 흡흡흡, 심호흡을 해.
나는 그 나무 냄새를 좋아해. 파랗게 본체에서 이탈한 그 '마악'이라는 시점에, 잠시나마 산책로를 설레게 하는, 그 나무들을 실어나를 푸른 용달의 '부드러운 시동'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그 시동 소리를 시발점으로, 혹한에도 부동의 항구에 배가 들고, 러시아횡단 열차가 이어지고, 다시 그 기차가 독일의 어느 한곳, 슈바빙이라는 곳에 데려간다면.
순간 타와다 요코, 그녀의 이름에 들어있는 '엽자'처럼 파이 이헤이헤했어.
그곳에서 영혼이라는 의미의 바게뜨 빵을 먹으며, 낯선 언어를 배운다면. 원하지도 않았는데 몸에 박힌 '언어'들을 언어의 가시들을 못을 뽑아낼 수 있다면. 인어의 비늘처럼 욕조에서 벗겨낼 수 있다면.
그녀는 '폐를 끼친다'는 몸에 박힌 말을 흔들고 손에 들고, 공처럼 던져올리고 들여다 봐.
나도 '폐를 끼친다'는 이 말을 들여다 봐. 이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폐를 끼치면 안 돼요.’ 숨을 참고, 나무 냄새의 푸른 욕조에 머릴 담그고.
폐에 무엇을 끼치면 안된다는 것일까. 성가심, 번잡함, 자질구레함. 폐를 끼칠까봐 관계가 옹졸해지고, 서슴서슴대고 멈칫대는 이 구속의 냄새를 떨치고요.
오늘 저는 그대에게 폐를 끼칠래요. 그대의 폐에 스트로브, '마악' 베어진 잣나무 향기를 끼쳐 드릴래요.
'잎사귀 여자' 타와다 요코처럼 '씩씩하고 밝고 건방지게' 파이 이헤이헤할래요.
아차, 나무 냄새가 불러낸 그 말, 이제 언뜻 생각났나네요. 폴 고갱Paul gaugin의 그림, ‘파이 이헤이헤'였다는 걸.
‘아름다움을 위하여’ 우리 모두 서로에게 폐를 흡흡흡 끼치자구요. 아름다움의 폐해는 그게 시뻘겋게 벌어진 상처라도 밝고 건방진 통통의 감각을 가졌을 것 같아요.
왠지 얼뜨기 웃음소리 같은 그 타히티의 말이 좋아서, 늘 통통대는 공처럼 '건방지게' 머리보다 먼저 먼저 그 말을 사용했다는 걸.
헤이, 건방진 이들이여. 시월의 어느 하루를 파이 이헤이헤해요. 구름의 환상 목욕탕에 물마개를 뽑고 콸콸콸.
*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다와다 요코 저 / 서은혜 역 | 창비 | 2010년
* 타와다 요코(多和田葉子ㅣたわだようこ)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1979년 19살 때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갔다. 독일에서 독일어와 일본어의 이중언어로 글을 쓰고 있다.
* Paul Gauguin, Faa iheihe(to make beautiful 1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