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육아일기
거니랑 함께 있으면
세상 모든 것들이 놀이가 됩니다.
베란다에서 햇볕에 잘 마른
이불을 걷어오자마자,
꽃무늬 이불은 '꽃밭'이 되고
진한 파랑 이불은 '바다'가 되고.
그 위에서 거니와 나는
꿀벌이 되어 꿀을 모으다가
돌고래가 되어 헤엄칩니다.
그러다 우리 둘밖에 없는 집안에
갑자기 공룡이 나타나서 싸우고
상어가 쫓아와서 도망가는
도무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이 역할 놀이는 갑자기 시작된 것처럼
갑자기 시시해집니다.
꽃밭은 꽃 이불로
바다는 파랑 이불로
마법이 풀린 것처럼 돌아가고
끝.
놀이가 끝나자마자, 1초 만에
"우리 이제 뭐 할까? 심심해."라고 말하는
다섯 살 거니의 체력과 마음을 따라가기 벅차지만,
언제 내가 이렇게 꿀벌이 되고
돌고래가 되고, 공룡에 쫓기고
상어를 피해 달아날까. 생각하면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마음껏 다섯 살이 돼보는 시간.